[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대화의 희열2' 지금의 조수미를 있게 한 건 어머니였다.
'신이 내린 목소리'로 불리며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소프라노 조수미. 타고난 목소리에 더해진 엄청난 연습, 음악에 대한 열정이 그녀를 최고의 자리에 서게 만들었지만, 그녀의 음악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한 존재는 바로 '어머니'였다. 5월 4일 KBS 2TV 토크쇼 '대화의 희열2'에서 조수미는 운명과도 같았던 예술가의 삶을 이야기했다.
조수미는 태어날 때부터 운명처럼 '음악'과 함께했다. "제가 엄마 배 속에서 나올 때부터 노래를 부르면서 태어났다니까요"라고, 웃음 섞인 탄생 비하인드를 전한 조수미는 어머니의 못다 이룬 성악가 꿈을 채우기 위해 혹독하게 키워진 어린 시절을 이야기했다. 방 안에 갇혀 하루 8시간씩 피아노를 쳐야 했던 조수미는 어린 마음에 가출까지 감행했었다고.
어머니는 조수미가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멋진 음악을 하는 예술가로 살길 바랐다. "너는 나같이 살면 안 돼"라며 매일 신세 한탄을 하는 어머니를 어린 조수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고. 그러던 어느 날, 어렸던 조수미에게 어머니를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왔다. 어머니의 뒷모습이 문득 가련하고 불쌍하다고 느낀 순간 조수미는 "저 분이 못 이룬 걸 내가 해드려야겠다"라며, 노래를 자신의 꿈으로 받아들이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프리마돈나의 밑그림을 그려나가던 조수미는 스무 살 대학 입학과 동시에 불같은 첫사랑을 경험했다. 서울대에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조수미는 사랑에 빠져 꼴찌의 성적을 받고 떠밀리듯 유학을 떠나게 됐다. 그리고 첫사랑으로부터 3개월 뒤 이별 통보를 받은 조수미는 냉철하게 자신의 인생의 길을 잡게 됐다고. 이탈리아에 남아 노래를 부르기로 각성을 한 것이다.
그러나 낯선 타국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학 생활은 늘 돈이 절실할 정도로 궁핍했다. 최초로 공개한 조수미의 1983년 일기에는 당시 막막했던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조수미는 "어떤 고난이 닥쳐도 이겨내며, 약해지거나 울지 않을 것", "늘 도도하고 자신만만할 것"이라고 다짐하며, 노래만을 위한 길을 나아갔다.
그 결과 조수미는 오페라의 본고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주연 무대를 서는 기적을 이뤄냈다. 동양인에 대한 견제와 편견을 월등한 실력으로 극복한 조수미. "떨리긴요. 이 날만 기다리고 있었는데"라고 첫 데뷔 무대를 회상한 조수미는 자신의 파트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파트까지 모두 외울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이유 있는 자신감은 그녀를 더 빛나게 했다.
무엇보다 조수미는 첫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것도 기뻤지만, 그 기쁨을 어머니에게 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고백했다. 비록 어머니가 그 무대를 바로 앞에서 보진 못했지만, 조수미는 "어머니가 있는 셈 치자"라고 주문을 외웠다고. 혼자 무대에 섰지만 외롭지 않았던 이유는 '어머니'라는 존재가 든든히 그녀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수미의 음악 인생에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어머니'였다. 엄격하고 혹독한 교육을 받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원망도 했지만, 조수미는 시간이 점차 지나고 고난의 길로 들어왔을 때 생각난 건 어머니였다고 밝혔다. 조수미는 "어머니가 많은 것을 해주셨구나"라고 고마움을 느꼈다고 말하며, 자신에게 음악의 길을 열어준 어머니의 결심도 참 대담했음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치매 때문에 조수미를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는 어머니. 조수미는 아버지의 장례식 날조차 파리에서 공연을 한 것을 언급하며, 늦지 않게 어머니를 위한 음반을 내야겠다고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피아노를 연주하며 부르는 어머니를 위한 조수미의 노래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어머니 이름만 떠올려도 그립고 가슴이 아려오는 감정은 대화의 울림을 더했다. 이날 방송에서 보여준 조수미의 모습은 지켜본 시청자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했다.
'대화의 희열2' 8번째 게스트로는 베트남에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축구 감독 박항서가 출격해 기대를 높인다. KBS 2TV '대화의 희열2' 박항서 편은 5월 11일(토) 밤 10시 45분 방송된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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