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두 최고 인기 구단 팬들의 '잠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가 표류하고 있다. 8일 현재 롯데는 최하위, KIA는 KT 위즈와 함께 롯데에 0.5경기 앞선 공동 8위다. 선두권 추격은 고사하고 끝자락에서 순위를 주고 받는 초라한 현실. 영호남을 넘어 전국구 팬을 거느린 두 팀은 지난해 정규시즌 막판 5강 혈투를 펼치며 KBO리그의 3년 연속 800만 관중 돌파에 일조했다. 그러나 올 시즌 끝없는 부진 속에 KBO리그 초반 흥행 부진의 원흉이라는 달갑잖은 지적을 받고 있다.
두 팀은 공교롭게도 '내부 육성'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다. 두산 베어스의 '화수분 야구'가 몰고 온 내부 육성 바람은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 야구에 진출한 한화 이글스, 플레이오프 명승부를 펼친 히어로즈(현 키움)까지 이어졌다. 수 년간 FA(자유계약선수) 영입전의 큰손 노릇을 했던 롯데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양상문 감독 체제로 전환하면서 중장기 육성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KIA도 권 혁(두산), 김민성(LG 트윈스) 등 준척급 매물이 나올 때마다 참전이 유력히 점쳐졌지만, 신예를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육성 체제'로 시즌을 시작했다. 가을야구로 가기 위한 조건으로 보강이 지적됐던 두 팀의 육성 기조는 다른 팀들에 비해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상당하다. 롯데는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포수 자리가 흔들리며 마운드까지 흔들리는 도미노 현상을 겪고 있다. 롯데 양상문 감독은 상호 보완을 통한 시너지를 기대했다. 그러나 캠프 기간 호투했던 투수들의 부진과 포수들의 경험 부족이 여실히 드러났고, 타선까지 침체되면서 결국 최하위까지 밀려났다. KIA 역시 캠프 기간 주전 선수들의 부상 속에 기대했던 신예들의 활약 뿐만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까지 흔들리면서 좀처럼 반등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두 팀 모두 백업-신예들에게 골고루 기회를 부여하고 타순-마운드 운영 변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돌파구가 요원하다. 기존 전력의 힘이 밑바탕에 깔리지 않고는 육성도 쉽지 않다는 한계점이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들어 양팀 모두 팀 분위기까지 흔들리는 모습이다. KIA는 1군 등록 3일 만에 엔트리 말소를 단행했던 내야수 최원준의 트레이드설에 휩싸여 홍역을 치렀다. 롯데 역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트레이드 추진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두 팀 모두 이런 추측을 일축하고 있다. 일련의 모습들은 최근 부진을 바라보는 양팀 팬들의 우려와 실망이 얼마나 큰 지를 가늠할 만하다. 더불어 내부 육성을 바라보는 비판적인 시각을 대변하기도 한다.
다만 롯데와 KIA가 반등을 위해 내부 육성 기조를 버려야 한다는 의견은 많지 않다. 두 팀 모두 베테랑들이 팀의 주축 역할을 하고 있기에 언젠가는 세대 교체를 시도해야 하는 처지다. 꾸준히 기회를 부여해 경험을 쌓고, 그 힘을 바탕으로 더 나은 활약을 만들어내는 육성 과정상 당장의 성적에 흔들려 기조를 바꾼다면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인내라는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내부의 힘으로 반전의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규시즌의 25% 일정을 소화한 롯데와 KIA, 최근의 성적은 긴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아직 75%의 기회가 남아 있다. 롯데와 KIA 모두 분위기를 타면 겉잡을 수 없는 화력을 보여온 팀이다. '좋은 약이 달고 쓰다'는 말처럼, 어쩌면 지금의 고난이 더 큰 성과를 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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