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스틸러스가 K리그1 판을 흔들 조짐이다.
전임 최순호 감독 시절 8경기에서 승점 7점 획득에 그친 포항 스틸러스가 김기동 감독 선임 이후 4경기에서 승점 12점을 따내면서 승점 19점으로 상위권(6위)에 진입했다. 애초 목표로 했던 3위 FC 서울과 승점차가 5점 밖에 나지 않는다. 최순호 전 감독이 경질된 4월 22일 10위였던 팀이 지금은 만나기 꺼려지는 팀으로 바뀌었다. 김기동 감독은 무슨 '마법'을 부린 걸까.
"시즌 초와 비교할 때 선수단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선수들이 경기에 임하는 부분이 달라진 것 같다."
19일 양산에서 포항을 상대한 경남 FC 김종부 감독의 분석에서 힌트를 얻었다. '김기동 포항'에 대해 '활력'과 저돌적'이라는 표현을 썼다. 김기동 감독도 "없는 실력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못 끄집어낸 것"이라며 "선수들이 처음보다 자신 있게 경기에 임한다"고 4연승 비결로 달라진 분위기를 꼽았다.
경남전에서 선제골과 결승골을 터뜨린 브라질 공격수 완델손은 김기동 효과를 톡톡히 보는 선수 중 하나. 그는 "김기동 감독의 친화력으로 자신감이 붙었다"며 팀 분위기에 대해 "패배가 많을 때 분위기가 무거웠다. 지금은 즐겁고 자유롭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조성한 건 결국 김기동 감독이다. 최순호 전 감독 시절 포항은 다소 경직됐다는 평을 받았다. 최순호 감독의 수석코치를 지내면서 문제점을 파악한 김기동 감독은 지난달 23일 지휘봉을 잡자마자 그 문제점들을 하나하나씩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팀 분위기 개선이다.
포항은 김기동 감독 데뷔전인 수원 삼성전에서 후반 40분 김승대의 극적인 결승골로 승리했다. 울산 현대전에선 선제골을 내준 뒤 2대1로 역전했고, 인천 유나이티드전에선 후반 45분 김용환의 결승골로 신승을 거뒀다. 경남전도 후반 32분 완델손의 결승골에 힘입어 승리를 맛봤다. 4경기 모두 1골차 승리다. 시즌 초 포항의 발목을 잡은 원정 징크스, '에이스' 잡는 측면 수비수 이상기의 퇴장 징계, 울산의 무서운 기세, 경남전 수중전 등 갖가지 변수를 이겨냈다. 쉽게 무너지던 팀이 '꾸역승'을 거둘 정도로 단단한 팀으로 바뀌었다. 팀 스피릿없인 불가능하다.
김기동 감독의 전술 변화도 주효했다. 포항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에이스 김승대를 '한 칸' 위로 올렸다. 최순호 전 감독은 플레이메이킹 능력도 장착한 김승대에게 2선까지 내려와 희생해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김기동 감독은 김승대를 최전방에 배치해 공격력 극대화를 꾀했다. 김승대는 5경기 연속 침묵을 깨고 수원~울산전 연속 결승골을 넣었다. 김기동 감독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찬스를 모두 살렸으면 득점 선두가 됐을 것"이라며 더 많은 득점을 요구하고 있다.
2000년생 이수빈의 과감한 기용도 눈여겨볼 만하다. 포항제철고 출신 미드필더 이수빈은 김기동 체제에서 단숨에 주전을 꿰찼다. 최순호 전 감독은 활동량이 많은 라이트백 김용환을 정재용의 중원 파트너로 기용했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김용환을 원래 자리로 보내고, 이수빈을 호출했다. 이 카드는 적중했다. 김기동 감독과 포항 관계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수빈은 많은 활동량과 킬러 패스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김기동 감독은 스타일상 전 포항 미드필더인 이명주(아산) 신진호(울산)와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얼굴만 보면 전반에 지친 것 같은데, 그 상태로 끝까지 뛴다"고 농담을 섞어가며 이수빈의 활약에 만족감을 표했다.
포항은 25일 포항에서 서울을 잡으면 선두권과 격차를 더욱 좁힐 수 있다. 이날 승리시 김기동 감독은 세놀 귀네슈 전 서울 감독에 이어 부임 5연승을 달성하는 두 번째 감독이 된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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