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분명 가장 눈에 띄었다. 하지만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에이스' 이강인(발렌시아) U-20 월드컵 데뷔전 성적표였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5일(한국시각)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에서 벌어진 포르투갈과의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조별리그 F조 첫 경기서 0대1로 패했다. 한국은 '유럽챔피언' 포르투갈을 상대로 분투했지만, 상대와 클래스 차이가 워낙 컸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 그리고 빅리그에서 주목하는 선수들이 즐비한 포르투갈은 한수위의 기량을 과시했다.
한국이 포르투갈과 전력차를 알면서도 기대했던 이유, 바로 이강인의 존재였다. 이강인은 이번 대회 최고 스타 중 하나다. FIFA 선정 '이번 대회를 빛낼 10명의 별'에도 이름을 올렸다. 스페인에서도 빅클럽 중 하나인 발렌시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선수다. 뛰지는 못했지만 18세의 나이에 A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이강인이 해준다면 포르투갈과도 대등한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이강인은 이날 3-5-2 포메이션의 오른쪽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했다. 한국은 전개 과정에서 철저하게 이강인에게 볼을 보냈다. 하지만 상대의 집중 마크에 막혔다. 이강인이 볼을 잡으면 상대는 빠르게 압박을 해왔다. 이강인은 스페인에서 익힌 키핑력으로 볼을 지켰지만, 그렇다고 전진하지는 못했다. 특히 장기인 패스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주변 선수들의 움직임이 워낙 정적이었다. 이강인은 오른쪽에서 잡아 왼쪽으로 갈라주는 패스 외에 이렇다할 연결을 하지 못했다. 조영욱(서울) 전세진(수원)이 상대 수비에 철저히 막히며, 장기인 킬패스를 구사하기 어려웠다.
전반 이렇다할 장면을 만들지 못한 정정용호는 후반 이강인의 위치를 사이드로 옮겼다. 전체적인 연계에 나서는 대신 측면에서 마무리 패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위치의 폭을 좁혔다.
두가지 선택 모두 이강인의 능력을 100% 뽑아내지 못했다. 이강인의 위치가 애매했다. 공격적으로 나서기에는 수비 부담이 너무 컸다. 정정용식 3-5-2는 수비시 5-3-2로 바뀐다. 이강인-김정민(리퍼링)-고재현(대구), 허리진 3명이 상대를 막아야 했다. 그러나보니 이강인이 커버해야 하는 폭이 너무 넓었다. 가뜩이나 포르투갈은 측면이 강한 팀이다. 이강인은 오른 측면을 커버하다 체력을 소진했다. 후반 사이드로 위치를 옮긴 후에는 볼을 잡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이강인은 볼을 잡아야 더 위력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선수다.
그래도 순간순간 번뜩이는 재능을 과시했다. 탈압박 뒤 보낸 몇몇 패스는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특히 왼발킥은 대단히 위력적이었다. 정지된 볼 혹은 움직이는 볼 모두 날카로웠다. 이강인이 프리킥이나 코너킥을 차면 위협적인 장면이 만들어졌다. 두 차례 슈팅이 이강인의 킥에서 비롯됐다. 인플레이 상황에서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크로스도 날카로웠다. 수비에서도 투쟁적인 모습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우리가 이강인에게 기대를 건 것은 마무리 장면이었다. 정정용 감독이 '선수비 후역습' 카드를 꺼낼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역습에서 차이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이강인의 존재 때문이었다. 강팀과의 대결에서 많지 않은 찬스를 얼마나 정확히 마무리지을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수비에서 볼을 탈취한 뒤 이강인에게 볼을 넘기면, 이강인이 공격진에 정확하고도, 창의적인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 공격의 가장 중요한 시나리오였다. 결국 이 장면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며 공격에서 이렇다할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정 감독 역시 이강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이강인은 수비 부담이 있었다. 공격적, 수비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남아공과의 2차전에서는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정 감독은 "전술적으로 고려, 변화해서 공격적으로 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잘했지만, 결과는 얻지 못했다. 이강인의 첫번째 경기는 분명 아쉬웠다. 그렇다고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이강인은 경기 후 "포르투갈은 우승 후보고, 좋은 상대였다. 형들과 열심히 뛰었지만, 어쩔 수 없는 경기였다"며 "다음 경기에서 잘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팬 여러분들도 아쉬우실 텐데, 다음 경기는 더 열심히 뛰고 이길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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