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결국 남 좋은 일만 시킨 꼴이 됐다.
소사 영입전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대표이사 김종인)의 안일한 행정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찌감치 헨리 소사 영입을 위해 움직였지만, 불과 사흘 만에 SK 와이번스에 추월을 허용해 계약에 실패하는 최악의 결과물을 낳았다. 그동안 내부 육성, 중장기 발전, 마케팅 강화 등 구단 외형을 키우는데 집중했지만, 정작 핵심 상품인 경기력에 대한 갈증을 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장의 판단을 외면하는 프런트의 민낯을 드러냈을 뿐이다.
롯데와 SK의 출발점은 다르지 않았다. 4월 말부터 소사를 대체 선수 리스트에 올려놓고 행보를 관측해왔다. 첫 발도 롯데가 먼저 뗐다. 대만 현지에서 소사의 경기를 관찰했고, 소사 측과 접촉해 한국 복귀에 대한 의지도 확인했다. 최근까지 소사와 의견 조율을 거치면서 영입은 성사 직전 단계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영입 최종 단계에서 결정이 지연되면서 시간이 흘렀다. 31일까지만 해도 소사의 발길은 롯데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SK가 속도를 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SK는 롯데의 소사 영입 추진 소식이 전해진 31일 밤 현장-프런트 실무자가 모두 모인 가운데 긴급 회의를 열었고, 2일 대만 현지에 관계자 급파를 결정했다. 롯데 측도 SK의 움직임을 간파한 뒤 급히 대만 현지로 관계자를 보내 소사 측과 담판을 지었다. 2일 경기 직후 소사의 경기 리포트가 한국으로 전해졌고, SK는 곧바로 영입 결정을 내렸다. 같은날 대만 현지로 급히 날아간 롯데 관계자가 소사 측과 접촉했지만, SK 측의 제안을 받으며 칼자루를 쥐게 된 소사의 마음을 되돌리기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SK가 움직인 시점부터 롯데의 영입전 패배는 이미 결정됐다는 시각. '디펜딩 챔피언'에 올 시즌 현재 정규리그 선두인 SK와 달리 롯데는 최하위로 처져 있다. 정규리그 및 포스트시즌 성과에 따라 보너스를 안길 수 있는 SK와 달리 롯데가 소사에게 제시할 수 있는 메리트는 없었다. 내년 재계약 시점을 논하기도 애매했다. 하지만 이미 KBO리그에서 7시즌을 뛰며 실력이 검증된 소사의 실력에 물음표를 달만큼 롯데의 사정이 여유로웠던 처지는 아니었다. 제이크 톰슨이 근육 부상으로 이탈한 시점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고정적으로 채울 수 있는 선수가 브룩스 레일리-김원중 뿐이었다면 어떻게든 소사를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어야 했다. 하지만 롯데 수뇌부가 주저하는 사이, 발걸음을 뗀 SK는 추격을 허용할 사이도 없이 결정까지 속전속결로 마무리를 지었다. 롯데의 움직임이 SK의 빠른 결단을 강요한 감도 없지 않지만, SK의 추진력은 롯데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롯데는 최근 2연속 위닝시리즈를 만들면서 반등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선수단 전원이 양말을 올려 신는 일명 '농군 패션'으로 심기일전한 뒤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타선, 서준원 박진형 등 투수들의 분전 등이 이어지면서 꼴찌 탈출 희망을 키우고 있었다. 팬들 역시 최근 달라진 롯데의 경기력에 박수를 보내면서 다가올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었다. 그러나 프런트의 시선은 현장의 치열함에 안중도 없었다. 신중함으로 포장된 결정장애는 결국 반등 의지가 없음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됐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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