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11일 부산 사직구장. 롯데 자이언츠전을 앞두고 있던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의 얼굴엔 짙은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대들보' 양의지가 경기 직전 쓰러졌다. 양의지는 이날 경기를 앞두고 진행된 타격 훈련 도중 왼쪽 옆구리를 부여잡았다. 트레이너에게 외복사근 통증을 호소한 양의지는 결국 이날 출전 대신 병원으로 이동해 진단을 받기로 했다. 양의지의 갑작스런 이탈로 NC는 포수 자리 뿐만 아니라 4번 타자까지 라인업을 새로 꾸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 감독은 김형준에게 포수 마스크를 씌우고, 전날 KBO리그 선수 등록을 마친 새 외국인 선수 제이크 스몰린스키를 4번 타순에 배치했다. 그동안 무릎 통증으로 지명 타자 자리를 오간 양의지의 빈 자리를 채운 김형준이었지만, 2연패 중인 팀 상황, 시즌 초 주전 줄부상 악몽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이 감독 모두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우려는 기우였다. 김형준은 이날 하위 타선의 중심 역할을 하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다. NC가 이원재의 우전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은 직후인 2회초 2사 2루에서 타석에 선 김형준은 롯데 선발 투스 브록 다익손에게 좌전 안타를 뽑아내며 추가점을 만들었다. 이원재의 적시타 때 3루까지 뛴 모창민이 비디오판독으로 아웃 판정을 받으며 자칫 식을 수도 있었던 공격 흐름을 살린 귀중한 안타였다. 2-0 리드가 이어지던 4회초 2사 1, 3루에선 다익손으로부터 또다시 좌전 적시타를 빼앗으면서 2타점째를 기록했다. 7회초엔 다익손의 145㎞ 직구를 받아쳐 이날 팀 승리에 쐐기를 박는 솔로포이자, 자신의 프로 데뷔 후 첫 홈런을 기록했다. 수비에서도 이날 선발 투수 구창모와 배터리를 이뤄 1회말 2사 만루 위기를 잘 넘긴 뒤 3이닝 연속 삼자 범퇴를 합작하는 등 공-수 양면에서 양의지의 빈 자리를 확실하게 메웠다. 말그대로 최고의 하루였다. NC는 김형준의 맹활약을 앞세워 롯데를 4대0으로 완파하며 2연패에서 탈출했다.
김형준은 경기 후 "(경기 전 선발 교체에) 큰 부담은 없었다. 내게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잘 해내고자 한다"며 "홈런은 빨리 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 치고 나서 '나도 드디어 쳤구나' 생각했다. 첫 번째 타석에서는 슬라이더를 쳤었고 홈런 친 타석에서는 불리한 카운터여서 직구만 치자고 노렸는데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3타점을 두고는 "내가 아니어도 선배님들이 잘 해줬을 것"이라며 "홈런 기록도 기록이지만 (구)창모형의 탈삼진 기록(13개)을 도운 것도 내게 큰 의미다. 팀 승리에 여러 부분 도움이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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