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10시 반을 가리켰다. 그제야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하나둘 라커룸을 빠져나왔다. 표정이 어둡다. 누구는 고개를 푹 숙였다. 꼭 잡고 싶었던 수원 삼성과의 홈 경기에서 2대3 패배했으니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프로 10년차 고참급 선수인 수비수 이재성(31)에게 '라커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다.
"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 그리고 인천 구단을 위해 더 노력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10일 오후 7시30분 시작된 경기는 9시30분 이전에 끝났다. 선수들이 라커룸에서 대략 1시간가량 머물렀다는 계산이 나온다. 라커룸 앞 복도에 앉아서 대기하던 한 인천 직원은 "이렇게 오래 걸린 적은 없었다"고 귀띔했다.
이날로 3연패, 여전히 최하위다. 같은 날 올 시즌 하위권 클럽 '경·제·인' 멤버인 제주 유나이티드가 FC 서울을 상대로 깜짝 승리했다. 경남 FC는 전방 공격수 제리치를 거액에 영입해 전력을 강화했다. 두 팀(승점 14점)과 승점 3점차가 나는 인천(승점 11점)은 딱히 반등할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실점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실수가 반복되고 있고, 해결해줘야 할 선수들이 침묵하고 있다. 체력전과 용병술은 한계가 있다.
이적시장에서 측면 자원 명준재(전북 현대)를 임대로 데려온 것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공격형 미드필더 허용준을 포항 스틸러스로 보내면서 미드필더와의 맞교환을 원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같은 K리그1 구단들은 팀의 백업 선수도 잘 내주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긴 쉽지 않다.
유상철 감독이 선수단 전체에 쓴소리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인 것이다. 더구나 인천은 지난 주말 대비 큰 폭의 로테이션을 가동하며 수원전 승리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주말 울산 현대전에 기용하지 않은 주축 선수들 대부분을 이날 투입했다. 후반 25분 상대팀 수비수 구자룡이 경고누적으로 퇴장하며 수적 우세까지 얻었지만, 끝내 경기를 뒤집지 못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법하지만, 유상철 감독은 짧고 굵게 몇 마디를 던진 뒤 자리를 피해줬다는 후문이다. 인천 관계자는 "일종의 피드백 회의였다. 감독이 나가고 선수들끼리 모여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험악한 분위기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유 감독이 경기 기자회견을 위해 자리를 비웠을 때는 이천수 전력강화실장이 선수들 앞에서 '고개 숙이지 말자' 등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 관계자는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선수단을 총괄하는 실장인 만큼 어제는 특별히 라커룸을 방문한 것"이라고 논란이 될 게 없다고 밝혔다.
이재성은 "유상철 감독님께서 어려운 시기에 부임을 했다. 우리를 위해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선수들이 그에 대한 보답을 하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든다.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한다"며 "(경남이 제리치를 영입했지만)축구는 팀 스포츠다. 서로가 하나가 돼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원팀이 된다면 꼴찌가 1위도 이길 수 있는 게 축구"라고 했다.
유 감독은 "현재 구단측에 요청한 미드필더들이 영입된다면 팀이 확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인천의 다음 상대는 3위팀 FC 서울(13일·홈)이다.
인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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