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결국 사과를 했다. 이영돈 PD가 배우 고 김영애에게 사과했다. 하지만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제 사과해봐야 들어줄 사람이 없다.
"제가 한 번 먹어보겠습니다"라는 유행어까지 만들어낸 스타PD 이영돈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고인이 받았던 고통을 느끼며 오랫동안 사과하고 싶었다. 늦은 걸 알지만 김영애씨께 사과하고 싶다.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2007년 이 PD는 KBS2 '이영돈 PD의 소비자고발'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시 이 PD는 고 김영애가 운영한 참토원 황토팩에서 쇳가루가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10월과 11월 두차례 '참토원의 황토팩에서 나온 자철석은 제조 과정에서 유입된 쇳가루다. 황토팩을 수출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후 참토원 측은 이 PD를 고발했고 이 PD는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2010년 재판에서 이 PD는 '믿을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고 공익을 위한 보도였다'며 무죄 선고를 받았다.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 PD는 모두 승소했다. 2017년 고 김영애는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에도 황토팩 소송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던 일이 재조명되기도 했다.
이 PD는 간담회에서 "김영애씨가 돌아가셨을 때 '너 문상 안 가냐' 등의 댓글을 본 적이 있다. 가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그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언젠가는 사과해야 하는데 생각했는데 이렇게 늦어졌다"고 털어놨다. 덧붙여 "내가 평생 지고 가야 할 짐이다. 김영애 씨는 꿈에도 한 번씩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비자고발' '먹거리X파일' 등을 진행했던 이 PD는 "가장 괴로웠던 건 일반화의 오류였다. 한 곳을 고발하면 동종업계 식당들이 전체적으로 피해를 볼 때 그랬다. 잘못한 사람과 잘못을 분리하는 게 어려웠던 문제로도 매번 괴로웠다"고 털어놨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배우에게 당시 보도는 치명타였다. 훼손된 이미지를 고 김영애는 단지 연기에 매진하는 것 하나로 극복해냈다. 사건 후 2014년 영화 '변호인'으로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때 기뻐하던 김영애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속 깊이 쌓인 것까지는 떨쳐내지 못하고 그는 결국 세상을 등졌다.
이 PD의 이번 공개사과는 그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기자들을 부른 자리에서 나온 것이다. 때문에 사업 소개를 위한 포석이 아닌지 하는 의심을 거두기 힘들다. 진정한 사과를 원했다면 더 빨랐어야 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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