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넓은 무대에서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던 '슛돌이' 이강인(18·발렌시아)의 꿈에 제동이 걸릴 것인가. 뒤늦게 이강인의 진짜 가치에 눈을 뜬 현 소속팀 발렌시아가 새로운 계약 조건을 내걸 듯 하다. 그런데 이 계약이 이강인에게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발렌시아가 '블루칩' 이강인을 더 붙잡아두기 위해 욕심을 내고 있다.
이강인은 지난 6월에 끝난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자신의 가치를 전세계에 널리 알렸다. 한국 남자 축구의 사상 첫 FIFA대회 준우승을 이끌었고, 이 활약을 발판으로 우승팀 선수가 아님에도 대회 최우수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받았다. FIFA에 의해 동년배 중에서 '세계 최고 선수'라고 공인받은 것이다.
그간 발렌시아에서 제대로 출전기회를 얻지 못한 탓에 꽁꽁 감춰져 있던 진가를 드디어 세상에 드러낸 계기였다. 늘 '유망주 확보'에 목말라 있던 유럽 축구계는 들끓고 있다. 레알 마요르카, 레반테, 아약스 등이 임대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유럽 언론에 의해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이런 분위기를 전혀 반기지 않는다. 이강인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강인에게 새 시즌에 많은 출전 기회를 부여할 것 같지도 않다. 마르셀리노 가르시아 토랄 감독이 이강인의 가치는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스쿼드 안에는 잘 넣으려 하지 않는다. 감독마다 활용하는 전술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이 기조가 갑자기 다음 시즌에 바뀔 것 같지도 않다.
결국 이강인이 현 시점에서 더 높이 비상하려면 많이 뛸 수 있는 다른 팀에 가는 게 낫다. 하지만 발렌시아는 애초부터 영악한 방식으로 이강인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해뒀다. 2022년까지 1군 계약을 맺었고, 여기에 무려 8000만유로(한화 약 1060억원)의 엄청난 바이아웃 금액을 설정해 두터운 펜스까지 둘러쳤다.
때문에 다른 명문구단이 임대를 받으려 발렌시아와 접촉에 나섰다. 이 시점에 발렌시아가 새 카드를 꺼냈다. 스페인 일간지 아스는 지난 15일(한국시각)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임대하기 전에 새로운 계약을 맺을 듯 하다. 앞으로 계약기간 3년이 남았는데, 최소 1년 이상 기간을 연장하려고 들 것 같다"고 보도했다.
어떤 면에서는 발렌시아가 이강인의 가치를 더 높이 인정해주는 모양처럼 보인다. 계약이 더 길게 연장된다면 20대 초중반까지 한 팀에서 더 안정적으로 커리어를 쌓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강인이 다른 빅클럽에서 한 단계 더 큰 선수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게 되는 일일 수도 있다. 계약 기간이 늘어나고, 바이아웃 금액이 더 높아지면 만약 현재 임대가 된다고 해도 그 이후 자유로운 이적에 족쇄가 될 수 있다.
냉정히 말해 발렌시아에게 중요한 건 '이강인의 성장'이 아니다. 구단 입장에서는 이강인은 투자 가치가 있는 외국인 유망주, 즉 자산의 하나일 뿐이다. 그리고 토랄 감독은 또 다른 생각을 한다. 그 역시 어차피 발렌시아와 계약 관계로 맺어졌을 뿐이다. 재임 기간에 자기 취향에 맞는 선수를 우선적으로 쓰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강인에게 기회를 주고 성장시키는 데에는 관심이 별로 없는 듯 하다. 토랄 감독의 플랜A는 이강인이 아니라 곤살로 게데스나 데니스 체리셰프다. 여전히 이강인은 우선 순위에서 멀어져 있다.
결과적으로 이강인과 에이전트의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이강인의 에이전트인 하비 가리도는 지난 6월 20일 발렌시아 구단과 첫 만남을 시작했다. 이후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이렇다 할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과연 이강인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얻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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