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위기가 기회라는 격언이 있다. 위기 때마다 그렇게 말을 하지만 사실 위기를 기회로 보긴 힘들다. 그 위기를 이겨낸다면 후엔 기회였다고 할 수 있지만 위기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KT 위즈의 2019년은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주전들이 부상을 당해 빠질 때마다 그 자리를 메워주는 인물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주전이 빠진 것은 위기인데 그 자리를 메운 선수들에겐 그것이 기회였다.
마운드쪽은 배제성과 김민수가 기회를 잡은 케이스다. 둘 다 불펜에서 출발했지만 주전들의 부상 때 기회를 얻어 선발로 자리를 잡았다. 배제성은 윌리엄 쿠에바스와 이대은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 대체선발로 나섰고, 예상하지 못한 안정감을 보였다. 선발로 12경기에 등판해 4승7패, 평균자책점 5.46을 기록 중. 16일 잠실 두산전에선 5⅓이닝 동안 2안타 2실점의 호투로 팀의 잠실 9연패를 끊었다. 김민수는 이대은이 불펜으로 보직을 바꾸면서 기회를 얻었다. 5선발이었던 금민철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2군으로 내려 보낸 상황에서 이대은이 마무리를 맡게되며 선발이 필요했고, 이강철 감독이 지난해말 부임하면서 선발감으로 지켜봤던 김민수에게 기회를 준 것. 지난 6월 23일 첫 선발 등판에서 6이닝 2실점으로 데뷔 첫 선발승을 거둔 김민수는 지난 13일 창원 NC전에선 5⅓이닝 동안 4안타 1실점의 호투로 팀의 올시즌 창원 경기 첫 승을 만들었다.
타자 중에선 조용호와 윤석민이 꼽힌다. 조용호는 팀내 리딩히터였던 강백호가 어이없는 손바닥 부상을 당하며 3번 타자로 기용됐다. 선구안과 컨택트 능력이 좋아 테이블세터로 좋은 선수지만 자리가 없었던 상황에서 강백호가 부상으로 빠지며 출전 기회가 주어진 것. 지난 6월 27일 부산 롯데전부터 3번-우익수로 선발출전하고 있는 조용호는 16일 두산전까지 15경기서 타율 3할3푼3리(57타수 19안타) 7타점, 8득점을 올리고 있다. 공격적인 3번타자는 아니지만 테이블세터가 출루했을 때 중심타자들에게 연결고리가 되는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 강백호가 빠지면서 공격력이 약해져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보기 좋게 깬 케이스. 강백호가 빠진 KT는 오히려 연승행진을 달렸고, 15경기서 12승3패의 엄청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윤석민은 초반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가 최근 황재균의 부상으로 다시 기회를 얻었다. 황재균이 지난 12일 창원 NC전서 타격을 하다가 오른손 중지 골절상을 입는 바람에 윤석민이 13일부터 3루수로 출전했는데 결과가 좋았다. 14일 NC전서는 선제 솔로포를 쏘아올렸고, 16일 두산전에선 2-1로 앞선 2회초 두산 선발 세스 후랭코프로부터 솔로포를 날렸다. 쫓길 수 있는 상황에서 KT쪽으로 다시 분위기를 가져오는 홈런이었다.
매년 이맘때 쯤엔 최하위권에 머물던 KT가 이젠 5할 승률을 바라보며 5위 싸움을 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잡은 선수들의 맹활약이 더욱 분위기를 높인 덕분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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