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어제 낫을 들었던 농부도, 그물을 들고 물질을 했던 어부도 나라를 위해 기꺼이 총을 들고 일본군과 맞섰다. 역사가 꼭 기억해야 할,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빛나는 '승리의 역사'인 봉오동 전투. 전쟁 영화가 주는 장르적 쾌감은 물론, 사실감과 스릴, 서스펜스, 유머와 감동의 절묘한 밸런스까지 갖춘 웰메이드 전쟁영화 '봉오동 전투'가 올 여름 관객의 심장에 뜨거운 불씨를 당길 것으로 보인다.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들의 전투를 그린 영화 '봉오동 전투'(원신연 감독, 빅스톤픽쳐스·더블유픽처스 제작). 29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공개됐다. 이날 시사회에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원신연 감독 참석했다.
올 여름 한국 텐트폴 영화 중 가장 마지막에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는 반일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재 시국과 맞물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일본과의 국제 관계를 다룬 그간의 시대 영화가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가슴 아픈 과거에 주목하는 것과 달리 홍범도 장군이 승리를 이끌었던 봉오동 전투를 소재로 '승리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관객의 마음을 가장 자극하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봉오동 전투'는 전쟁 영화로서의 장르적 장점도 분명하다. 쫓고 쫓기는 추격신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자아내면서 서스펜스와 스릴감까지 갖췄다. 다양한 카메라의 앵글은 산속의 거친 배경에서 이뤄지는 전투의 극적 긴장감을 최대한 살려주는 것은 물론 관객을 전투 한복판에 데려다놓는 듯한 사실감까지 전해준다. 피와 총성이 가득한 전쟁 영화이지만 유머 또한 놓지지 않는다. 유해진과 조우진의 유머 밸런스는 영화가 가진 의미와 무게를 퇴색하지 않는 선에서 관객이 지루하지 않을 만큼의 웃음을 전달한다. 또한 일반 민중으로 이뤄진 독립군의 감동적인 전쟁을 다루면서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빠지거나 신파에 빠지지 않는 절묘한 균형감각까지 갖추고 있다.
이날 원신연 감독은 반일 감정으로 인해서 영화가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해 "부담이 크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어 "영화가 시나리오부터 시작해서 기획된 게 5년 6년이 넘었다. 그때는 현실이 이렇게 변할 줄 몰랐다. 다만, 일제강점기가 피해의 역사만 있는게 아니라 저항과 승리의 역사도 있다는 걸 꼭 보여드리고 싶다. 그 지점을 유심히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 감독은 봉오동 전투의 준비과정에 대해 "역사적인 사실을 근거로 한 영화를 만들 때는 훨씬 많은 공과 시간을 들여서 자료를 채택한다. 이번 봉오동 전투는 자료를 수집하고 고증하는 과정에서 굉장히 다양한 벽에 부딪혔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왜냐하면 남아있는 사료들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그 이전 시대 혹은 조선, 고려시대가 자료가 훨씬 많다. 일제 감정기, 특히 봉오동 전투 같은 경우는 일본에서 숨기려는 역사였기 때문에 철저하게 숨기고 왜곡했기 때문이다"며 "하지만 우리 독립신문을 보면 우리의 봉오동 전투의 승리가 기록돼 있다. 우리는 독립신문 88호 내용을 근거로 만들었다. 제가 궁금해 했고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부분은, 승리의 순간보다 봉오동 골짜기까지 일본군을 유인해 가는 누군가의 희생이 있기 때문에 승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에 더 집중해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극중 인물과 캐스팅에 대해서는 "극중 인물 같은 경우는, 봉오동 전투에 관련된 논문을 전부 참고해서 참고했다. 홍범도 장군은 워낙 상징적 인물이라서 꼭 등장시키고 싶었다"며 "캐스팅은 솔직히 생각보다 너무 쉬웠다. 원래 캐스팅할 때 애를 많이 먹는 편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감사하게도 시나리오를 건네고 배우들이 저와 같은 마음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 모두 진정성이 있고 무명의 독립군처럼 친근하고 체력도 강한 분들이다. 흔쾌히 응해주셔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배우들은 영화가 담고 있는 진정성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유해진은 "정말 많이 뛰어다녔다. 육체적으로 원 없이 뛰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것보다 어떻게 진정성 있게 그릴까 어떻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될지에 집중했다"며 영화 임했던 남다른 마음을 전했다. 류준열 역시 "이번 영화에 특별히 많이 남아 있는 마음은, 정말 실제 독립군 분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애썼구나라는 거다. 그래서 숙연해지는 순간이 많았던 것 같다"고 전했다. "작품이 담고 있는 역사 속에 잊혀진 이름이 담고 있는 진정성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노력밖에 없었다"는 조우진은 "그럼 생각이 한뜻으로 보인 것 같다. 많은 스태프와 배우들이 몸을 아까지 않고 산과 평지를 열심히 뛰고 땀 흘렸다"고 힘줘 말했다.각자 다른 스타일의 전투 스타일을 보여주는 세 명의 배우들. 극중 검을 주요 무기로 사용하는 유해진은 "다른 사람과 달리 극중에서 칼을 사용하는데, 사실 굉장히 무겁다. 기술을 익히진 않았던 것 같다. 기교나 테크닉을 보여주는 움직임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대신 어떻게 감정을 실을까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유해진은 직접 아이디어를 내 스스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는 셀프캠을 사용했는데, "아이템을 냈을 때 흔쾌히 받아주신 감독님 때문에 가능했다. 제가 제안했던 이유는 사실감 때문이었다.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다. 제가 사용했던 장면이 많지는 않은데 적당히 들어간 것 같아서 만족한다. 너무 많이 들어가면 어지러울 수 있는데, 감정이 들어갈 때 적당히 쓰인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설명했다.
조우진은 "제가 연기하는 장하는 캐릭터를 연구하면서 유해진, 조우진 선배님과 달리 군 훈련을 받은 정규 군인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구별되고 다른 독립군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말이 적고 과묵한, 오로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군인으로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고 장총을 주로 사용하는 조우진은 "제가 칼이든 총이든 배역이 주 무기로 가지고 다닌 소품들은 몸에 붙이고 다니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세 배우들은 영화를 촬영하면서 유난히 깊은 감동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유해진은 "'어제 농민이었던 사람도 오늘 독립군이 된다'는 대사를 하면서 뛰어가는 부분이 우리 영화가 이야기하려는 부분인 것 같다. 그 부분이 개인적으로 참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초 조선어학회 이야기를 그린 '말모이'에 이어 독립군 이야기를 택한 그는 "본의 아니게 전 작품이 '말모이'였고 이번에는 이 작품을 하게 됐다. 배우는 보여 지는 시나리오와 작품을 따라가는 것 같다. 그 순간에 저한테 당시에는 '말모이'라는 작품이 끌림이 있었고 이번에는 이 작품이 주는 끌림이 있었다. 아주 자연스럽게 택하게 됐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원신연 감독은 극중 일본군 역에 일본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와 과정에 대해 묻자 "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일본인 캐릭터는 꼭 일본인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리얼리티도 확실히 살아났을 거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역사를 근거를 하고 있는데 일본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를 갖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출연을 제안했는데 그런데 의외로 많은 일본 배우들이 출연 의사를 보여 오셔서 놀랐다. 한 배우의 이슈보다는 작품과 영화로서 일본 배우분들을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한편, '봉오동 전투'는 유해진, 류준열, 조우진, 키타무라 카즈키, 이케우치 히로유키 등이 가세했고 '살인자의 기억법' '용의자' '세븐 데이즈' '구타유발자들'의 원신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8월 7일 개봉. 이승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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