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고민이 많이 되죠. 하지만 그게 다 '행복한' 고민 아닐까요."
온화한 미소 속에 강렬한 에너지와 열정이 배어나온다. 2004년부터 무려 15년 간 상무 농구단 감독을 역임하며 'KBL D-리그 158연승'의 위대한 업적을 쌓아온 아우라가 은연 중에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무대에서 낯선 선수들을 이끌고 도전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긴장감도 엿보였다.
지난 3월말 여자프로농구 '만년 하위팀' 부천 KEB하나은행의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이훈재(52) 감독은 요즘 선수들과 새 시즌을 대비한 훈련에 몰입하고 있다. 이 감독은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즐거운 스트레스다. 우리 젊은 선수들이 가진 재능이 생각보다 많다. 나는 그 선수들이 재능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과 KEB하나은행 선수단을 12일 인천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위치한 하나금융타운 내 훈련장에서 만났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시즌 12승23패로 6개팀 중 5위로 플레이오프 진출에 '또' 실패했다. 돌이켜보면 2012~2013시즌에 새로 창단해 리그에 뛰어든 이후 '제대로'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적이 없다. 2015~2016시즌에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를 기록했지만, '첼시 리 부정선수 사건'으로 인해 해당 시즌 기록이 공식 삭제됐기 때문에 구단 역사에서도 제외됐다. 늘 5~6위에 머물러왔다.
이러한 팀의 '흑역사'를 깨트려 줄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가 바로 이훈재 감독이다. 오랫동안 상무 감독으로 위대한 업적을 쌓아온 이 감독이 처음 여자프로팀 감독이 된다고 했을 때 농구계는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안정적인 커리어를 뒤로하고 도전하기에 KEB하나은행은 리스크가 큰 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 감독은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 매우 만족스럽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모두 열의가 있고, 목표 의식도 뚜렷하다. 게다가 젊은 선수들도 재능이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는 과정에서 쌓인 경험도 적지 않다"면서 "내가 처음 팀에 부임해 선수들에게 말한 목표가 바로 '건강한 팀'을 만드는 것이었다. 함께 승리를 만들어내는 기쁨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KEB하나은행이 하위권에 머물렀던 원인으로 두 가지를 지적했다. 하나는 '선배를 어려워하는 문화'였다. 이건 비단 KEB하나은행에만 국한된 경향은 아니다. 이 감독은 "여자프로팀 전반적으로 너무 선배를 어려워하는 문화같은 게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같은 프로선수로서 코트에서 만큼은 똑같이 싸우고 경쟁해서 이기려고 해야 한다. 그런 투쟁심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그런 강한 투쟁심을 주문하고 있다. 특히 수비에서 좀 더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과 정신력이 모두 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하나는 '기본기의 약화'다. 이 역시 KEB하나은행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수년간 WKBL리그의 프리드로와 야투성공률, 레이업 성공률 등은 지속적으로 퇴보해왔다. 이 감독은 "처음 팀 훈련 때 레이업슛을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힘있게 올라가지 못하고, 대충 던지고 마는 모습이 있었다. 기본적으로 그런 이지슛을 잘 넣어야 득점이 올라간다"면서 "선수들에게 '그런 슛을 못 넣으면 우리는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우리 국내선수 득점이 약 43점대에 불과했다. 새 시즌에 53~54점대로 높이는 게 목표다. 기본만 잘해도 가능한 수치다. 그러면 순위싸움의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물론 남자 팀에만 있다가 여자팀을 맡다 보니 여러가지로 스트레스가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늘어가는 게 보이니까 그런 스트레스마저도 즐겁다. 선수들에게 '한계는 너희 스스로 깨야 한다. 감독과 코치는 그 과정을 도울 뿐'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자연스럽게 선수들 스스로 각성하는 게 느껴진다"며 "물론 다른 팀도 다 열심히 준비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KEB하나은행이 새 시즌에는 확실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런 모습이 팬들에게 충분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다짐했다. 이훈재 감독이 변화시키고 있는 '새 KEB하나은행'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2019~2020시즌 WKBL 무대에 등장할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청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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