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피말리는 승부 속에서 나오는 실수. 고개를 떨구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벤치의 심정은 펄펄 끓어오르기 마련. 실수 하나가 불러 일으키는 나비효과가 승패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만큼, 모두가 민감할 수밖에 없다. 경우에 따라선 코칭스태프 차원에서의 '조치'가 이뤄지기도 한다.
올 시즌 KT 위즈 벤치엔 이런 '조치'가 없다. 코칭스태프 대신 선수들 스스로 알아서 '조치'를 취한다. 실책 등 경기 중 실수를 범한 선수가 스스로 선수단 전체에 커피를 돌리는 이른바 '커피 벌칙'이 이뤄지고 있다. 21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는 내야수 황재균이 선수단에 40잔의 커피를 돌렸다. 전날 7회초 2사 상황에서 상대 타자 파울플라이를 잡지 못한 '실수' 때문. 훈련을 앞두고 커피를 든 채 삼삼오오 모인 KT 선수들은 호탕한 웃음 속에 이야기 꽃을 피웠다.
KT 이강철 감독은 흐뭇한 표정이다. 그는 "코치 시절 경험을 떠올려보면 경기 중 실수를 이유로 취하는 인위적인 조치가 선수들에게 더 부담감을 주고 트라우마로 남게 되더라"며 "선수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면 실수를 해도 위축되는 부분이 작아짐과 동시에 책임감이 더 생기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초반 사인 미스 등 실수가 이어지는 장면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스스로 극복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며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다보면 경기 중에 실수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기본에 벗어나지 않는 플레이만 한다면, 선수들 스스로 해결하며 분위기를 만들어가는게 낫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실수 때 내미는 커피 한 잔엔 패배주의를 걷어내고 만든 믿음과 자신감이 숨어 있다. 이 감독은 "타선, 마운드 모두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잘 해주고 있다"며 "아직 우리가 어디까지 갈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선수들 서로 간의 신뢰와 믿음이라는 분위기를 만든 것 만큼은 수확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만년 꼴찌' 꼬리표를 떼고 가을야구의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KT 안에 강팀의 DNA가 서서히 녹아들고 있다.
수원=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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