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최근까지 사극은 드라마 제작사의 기피대상이었다. 많은 제작비에 비해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다는 판단에서였다. 한때 KBS1에서 고정 사극 시간대를 마련하기도 하고 월화극에서 사극끼리 맞붙는 일이 비일비재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대작 사극들이 줄줄이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사극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까지 나왔다. 작가들이 아무리 좋은 사극 시놉시스를 개발해도 기획단계에서 반려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지난해 tvN '백일의 낭군님'이 엑소 도경수를 앞세워 10%가 넘는 시청률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tvN '왕의 남자' 역시 일조했다. 영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라 더 보여줄게 없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집고 다시 1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얻었다.
다시 돌아온 사극의 포문은, 이제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은 '조선 로코'가 열고 있다. '백일의 낭군님'이나 '왕의 남자' 등 최근 인기 사극들은 조선로코의 분위기를 띄고 있다. 때문에 조선로코 사극의 컴백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다.
16일 첫 방송한 JTBC '조선혼담공작소 꽃파당'(이하 꽃파당)은 첫 회부터 기세가 심상치않다. 전국 시청률은 4.3%(닐슨코리아 집계·전국 유료가구 기준)을 기록하는데 그쳤지만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의고 있다. 제2의 '성균관 스캔들', '구르미 그린 달빛' 등의 수식어도 보인다.
유교이념을 철석같이 믿고 태어나기전부터 평생 함께할 반려자가 정해지는 조선에서 매파 일을 하게 된 사연 많은 세 남자가 왕의 혼담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조선 중매 로맨스를 담은 '꽃파당'은 전형적인 조선로코물이다. 꽃미남 4명의 등장, 배경과 톡톡튀는 대사들과 순정만화같은 전개는 자연스럽게 조선로코의 원조 '성균관 스캔들'을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꽃파당'은 여성 매파가 아닌 남성 매파라는 색다른 설정을 담았고, 가상의 인물들을 포진시키며 퓨전 사극의 요소들을 갖추었다. 아주 용한 놈 마훈(김민재)부터 가장 귀여운 놈 고영수(박지훈), 오늘만 사는 놈 도준(변우석)으로 이뤄진 세 명의 꽃매파와 개똥(공승연)을 은애하고 있는 이수(서지훈)의 조합이 흥미롭다.
30일부터는 KBS2 새월화극 '조선로코-녹두전'(이하 녹두전)도 첫 선을 보인다. 제목에서 아예 조선로코라는 수식어를 달아놓은 '녹두전'은 미스터리한 과부촌에 여장을 하고 잠입한 전녹두(장동윤)와 기생이 되기 싫은 반전 있는 처자 동동주(김소현) 그리고 완벽한 비주얼에 피지컬까지 장착한 조선의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 차율무(강태오)의 발칙하고 유쾌한 조선판 로맨스를 그릴 에정이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녹두전'은 주연배우의 이름값보다는 1020감성을 저격한 캐스팅을 했다는 평이다.
여기에 액션 사극까자 가세한다. '나의 나라'가 다음달 4일 JTBC에서 첫 전파를 탄다.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각자의 신념이 말하는 '나의 나라'를 두고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며 권력과 수호에 관한 욕망을 폭발적으로 그려낸다 전통 사극 형식에 액션을 가미해 재미를 더했다. 우도환 설현 양세종이라는 젊은 피를 수혈한데다 이미 사극에서 묵직한 연기를 보여줬던 장혁 김영철이 이방원 이성계 역을 맡아 극의 무게를 더했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CG의 발달로 사극이 예전처럼 많은 제작비를 투입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게다가 1020세대를 중심으로 조선로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드라마업계에서도 사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귀띔했다.
한때 기피대상이었던 사극이 방송가에서 다시 붐을 일으킬 수 있을까. 올해 선보이는 이 세 작품이 그 기폭제 역할을 할지 다시 암흑의 시대로 이끌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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