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호타준족', 잘 치고 잘 달리는 야구 선수가 사라졌다.
팀당 144경기 체제에서 홈런과 도루를 각각 30개 정도는 기록해야 호타준족이란 평가를 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요즘엔 '20(홈런)-20(도루)'도 흔치 않은 기록이 돼 버렸다. 올시즌 20-20 달성이 가능한 선수는 키움 히어로즈 김하성과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 뿐이다. 17일 현재 김하성은 18홈런-32도루, 호잉은 18홈런-22도루를 각각 마크중이다. 둘 다 홈런 2개를 추가하면 20-20 클럽 회원이 된다. 남은 경기수는 키움 4경기, 한화 6경기여서 어쩌면 올해 20-20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20-20 달성자가 없었던 마지막 시즌은 2011년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30홈런-30도루는 그야말로 추억의 기록으로 간주된다. 2015년 NC 다이노스 괴물 타자 에릭 테임즈는 47홈런, 40도루를 올리며 30-30을 넘어 KBO리그 첫 40-40을 달성했다. 마지막으로 30-30을 이룬 토종 선수는 2000년 현대 유니콘스 박재홍이다. 다시 말해 올해까지 19년 연속 토종 타자가 30-30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128경기 시대에서 144경기 시대로 넘어간 지 5년이 됐음에도 30-30을 목전에 둔 토종 타자조차 없는 형편이다.
전반적으로 홈런보다는 도루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요즘 선수들은 잘 뛰지 않는다. 부상 위험 때문이다. 지나친 도루 시도로 선수 생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요즘은 FA 제도가 있으니까 선수들이 부상을 염려하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뛰다가 다치면 그만큼 손해라는 생각을 한다. 또 도루 타이틀에 대한 가치도 예전만 못하다"면서 "그린라이트를 줘도 선수가 뛰다 죽으면 팀에 손해가 크다는 (벤치의)인식 때문에 세밀한 부분에서 지시를 내리지 않는다. 9회 1~2점차에서 주자가 1루에 있을 때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되는데도 1루수가 베이스에 붙어 있어 도루 시도를 막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전체 도루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병규, 제이 데이비스, 홍현우 등 30-30 선수가 3명이나 나왔던 1999년 당시 경기당 도루는 1.769개였다. 이 수치는 2015년 1.669개였다가 2016년 1.081개로 크게 줄었고, 지난해 1.289개, 올해는 16일 현재 1.364개로 '뛰지 않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올시즌에는 공인구 반발계수 축소로 홈런이 크게 감소한 것도 이유가 된다. 지난해 33명이나 됐던 20홈런 타자는 올해 15명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5년간 도루 타이틀을 봐도 2015년 60개, 2016년 52개, 2017년 40개에서 지난해 처음으로 40개 미만인 36개에서 결정됐고, 올해도 30개 후반대에서 타이틀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KIA 타이거즈 박찬호가 37개로 현재 1위다.
홈런이 줄어들고 그린라이트를 부여받은 선수들조차 뛰기를 꺼리는 시대, 30-30은 물론 20-20도 보기 힘들게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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