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크리스티 안(미국, 세계랭킹 93위)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국내 대회인 KEB하나은행 코리아오픈 흥행 불씨를 살렸다.
크리스티 안은 1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대회 사흘째 16강전에서 루마니아의 아나 보그단(세계랭킹 143위)을 2대1로 꺾고 8강에 올랐다.
천신만고 끝에 거둔 승리였다. 크리스티 안은 16일 열린 1회전에서 보그단보다 세계랭킹이 높은 스위스 티메아 바친스키(세계랭킹 94위)를 완파하고 16강전에 진출했다. 두 세트 모두 게임스코어 6-0을 기록하며 일방적인 경기를 했다. 하지만 보그단전은 하마터면 패할 뻔 했다. 첫 세트를 0-6으로 허무하게 내줬다. 2세트를 6-4로 가져오며 균형을 맞췄지만, 3세트 3-5로 밀리는 상황에서 상대에 서비스 게임까지 주고 말았다. 보그단의 서비스 게임을 브레이크 하지 못하면 경기가 그대로 끝날 뻔 했다.
하지만 크리스티 안은 극적으로 보그단의 서비스 게임을 막아냈고, 타이브레이크까지 경기를 몰고 간 끝에 게임스코어 7-6으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크리스티 안은 이번 대회 흥행 중심에 있다. 대회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다. 먼저 재미교포로 안혜림이라는 한국 이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주니어 시절 랭킹 1위였지만, 미국 명문 스탠포드대에 진학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한 사연이 알려져 화제였다. 크리스티 안은 대학 졸업 후 부모의 반대를 무릎쓰고 프로 테니스 선수의 길을 선택했고, 올해 열렸던 메이저대회 US오픈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한 데 이어 16강까지 오르는 파란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크리스티 안까지 탈락했다면 한국에서 열리는 가장 큰 테니스 대회 흥행에 빨간불이 켜질 뻔 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선수 중 가장 세계랭킹이 높았던 '친한파' 마리아 사카리(그리스, 세계랭킹 27위)가 1회전을 앞두고 손목 부상으로 기권을 했다. 2년 전 메이저 대회인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 후 한국을 찾아 결승전에 약 9000여명의 팬을 동원했던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세계랭킹 74위)도 1회전에서 탈락해버리고 말았다.
한국계 억만 장자의 딸로 주목을 받은 제시카 페굴라(미국, 세계랭킹 78위)도 1회전에서 지며 자취를 감췄다. 그의 어머니 킴 페굴라는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후 남편인 테리 페굴라와 함께 사업을 번창시켜 현재는 미국프로풋볼(NFL) 버팔로 빌스, 북미아이스하키(NHL) 버팔로 세이버스의 공동 구단주다. 자산 규모가 약 49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추정된다. 어머니 킴 페굴라는 딸의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 방문까지 결정했는데, 1회전 탈락으로 정작 경기는 보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도 일찌감치 짐을 쌌다. 와일드카드로 본선에 뛰는 기회를 얻은 한나래(세계랭킹 159위)와 최지희(세계랭킹 802위)가 모두 1회전에서 패하고 말았다.
그런 가운데 한국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은 크리스티 안이 8강전에 진출해 주최측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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