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정말 돈 주고도 못 할 경험인 것 같아요. 이런 긴장감과 분위기를 어디서 느껴보겠어요?"
LG 트윈스는 이번 가을에 의미있는 발견을 했다. 바로 대졸 1년차 신인 내야수 구본혁이다. 주전 유격수 오지환이 지난 9월말 경기 도중 무릎 부상을 입으면서 고민이 시작됐다. 다행히 오지환의 상태가 빠르게 호전되기는 했지만,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치러야 하는 LG 입장에서 대체자가 필요했다. 수비 부담이 큰 유격수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아직 회복 중인 오지환의 상태가 당장 수비까지 소화할 정도는 아니라, 일단 엔트리에는 포함시켜놓고 신인 구본혁에게 선발 출장을 맡겼다.
동국대 졸업 후 신인 드래프트 2차 6라운드에서 LG의 지명을 받은 구본혁은 올해 정규 시즌에서 57경기를 뛰며 타율 1할7푼6리(85타수 15안타) 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대졸 출신인만큼 수비 안정감은 좋고 발도 빠르지만, 타격에 있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과제도 동시에 안고있었다.
그러나 류중일 감독은 다른 경쟁자들을 제치고 구본혁을 낙점했다. 그리고 구본혁은 그 기대에 제대로 보답했다. 예상대로 안정적인 유격수 수비는 물론이고, 타격에서도 예상치 못한 '잽'을 한방씩 날려주고 있다. NC 다이노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의 추가점의 발판이 된 안타를 터뜨렸고,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2회와 6회 2안타 '멀티 히트'를 기록하는 등 쟁쟁한 투수들을 상대로 기죽지 않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특히 6회에 나온 두번째 안타는 팀 공격의 물꼬를 트는 기습 번트 안타였다. 키움의 3루수 김웅빈이 기습번트에 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빠른 발로 살아남으면서 상대 내야진을 흔들었다.
류중일 감독은 와일드카드전부터 준플레이오프 3차전까지 4경기 연속 구본혁을 선발 유격수로 내세웠다. 오지환의 상태가 나아지면서 3차전 경기 중반 대타와 수비로 투입했지만, 류 감독은 "구본혁이 잘해주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정도면 성공적인 첫 포스트시즌이다. 자신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알린 구본혁은 "부담을 안가지려고 한다. 갈 수록 마음이 편해지고 있다"면서 "포스트시즌 출전은 정말 좋은 경험이다. 돈 주고도 하지 못할 경험인 것 같다. 특히 첫 경기였던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정말 달랐다. 긴장감이 대단했다"며 눈을 반짝였다.
물론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만큼 선배들의 조언 하나하나를 새기며 뛰고있다. 구본혁은 "처음에는 상대투수들의 공을 많이 보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박용택 선배님을 비롯해서 형들이 '이런 큰 경기에서는 그러다 네 카운트가 불리해진다. 좋은 공이 들어오면 자신감있게 쳐라'고 이야기해주셔서 그렇게 하고있다"면서 "정규 시즌 막판에도 한번 기습 번트를 댄적이 있는데, (김)현수형이 조언을 해줬다. '순위 결정이 난 상태에서 최대한 많이 공을 쳐봐야지 굳이 기습 번트 대려고 하지 말라'는 이야기였다.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LG는 그동안 오지환 다음을 이어갈 신인급 유격수 자원 찾기에 번번이 실패했다. 구본혁이 내야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그의 말대로 이번 가을의 경험이 매우 큰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잠실=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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