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 "한번 해보려구요."
포스트시즌을 앞둔 지난 9월,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이요? 저도 처음이라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요. 많은 선수들을 기용하지 못했던게 가장 후회로 남아요. 1타자라도, 1타석이라도 경험을 해본 것과 해보지 못한 건 많이 다른데…. 특히 투수쪽 자원을 많이 기용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돼요. 정신 없이 10게임을 치르고 나니 투수들이 고갈돼 쓸 선수가 없더라고요. 이번에요? 한번 해보려고요."
장담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다. 가뜩이나 모든 야구팬의 관심이 모아지는 가을야구. 자칫 '감독이 시리즈를 망쳤다'는 비난을 한 몸에 들을 수 있다. 장 감독 역시 "마운드에 올렸는데 (긴장해서) 정작 자기 공을 못 던질 수도 있겠죠. 그게 또 단기전인 거니까…"라며 생각대로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경험 많은 선수도 덜덜 떨릴 수 있는 무대. 새로운 시도는 그만큼 큰 용기가 필요하다.
두번째 포스트시즌. 그 어려운 실천을 장정석 감독은 해내고 있다. 장 감독은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무려 14명의 투수를 엔트리에 넣었다. LG보다 2명이나 많은 숫자. 이쯤 되면 게임에 못 뛰는 선수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14명 모두 마운드를 밟았다. 선발 투수 4명을 제외한 10명의 불펜 투수들은 모두 2경기 이상 등판했다. 패전 처리용 등판 상황도 없었다. 그야말로 필승조 구분 없이 상황에 따라 짧게 짧게 임무를 수행했다는 뜻이다. 급기야 시리즈 승리를 확정지었던 10일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는 무려 10명의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포스트시즌 역대 한 팀 최다투수 등판 기록이었다. 등록된 16명의 야수도 외야수 예진원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다.
포스트시즌을 첫 경험하는 선발 최원태와 요키시는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가을야구를 첫 경험하는 불펜 투수 이영준 김동준은 각각 3경기 평균자책점 0로 필승조 처럼 맹활약했다. 포스트시즌 1경기 등판이 전부였던 양 현과 윤영삼도 각각 평균자책점 0로 힘을 보탰다. 김성민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를 밟았다.
지난해 아쉬웠던 회한을 발전적 동력으로 삼아 실천하고 있는 셈. 포스트시즌 경험은 선수에게는 축복이다. 야구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 가을야구를 통해 성장한 선수는 팀의 자산이자 미래가 된다. 다만, 경기의 중요성과 상황이 경험을 쌓게 해줄 만큼 여유가 없을 뿐이다.
뚝심을 가지고 소신을 실천하며 진화하고 있는 장정석 감독. 첫번째 스테이지에서 과정은 물론 결과까지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올 가을, 장 감독의 이유 있는 실험은 계속된다. 키움 히어로즈의 미래가 현재를 밑거름으로 쑥쑥 커나가고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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