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젊고 빠른 선수들을 써서 색깔을 바꿔보렵니다."
경기 시작 40여분 전, 창원 LG 현주엽 감독은 라커룸에서 한참 동안이나 출전 선수명단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무거운 침묵에 둘러싸인 채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천천히 펜을 들어 몇몇 선수의 이름 옆에 표시를 하고서는 다시 오랫동안 명단을 살피고 또 살폈다. 5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그의 주변에 장막처럼 드리웠다. 옆에 사람이 앉아 인사를 건네도 모를 정도였다. 어쩌면 그는 이미 상상 속에서 경기에 몰입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윽고 현 감독이 현실 세계로 돌아왔다.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현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을 좀 잃은 상태"라며 "그래서 팀이 전반적으로 정체돼 있다. 오늘은 젊고 빠른 선수들을 많이 활용할 계획이다. 오리온이 트랩 수비에 능하고, 공격은 빨리 넘어오는 스타일인데 앞에서부터 차단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 감독이 고심 끝에 찾아낸 해법이 결국 첫 승의 발판이 됐다. LG는 16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에서 다양한 선수를 활용한 적극적인 수비와 전반에만 '더블더블'을 달성한 외국인 선수 캐디 라렌(30득점, 15리바운드)의 압도적 활약을 앞세워 74대61로 승리했다. 정희재도 3점슛 3개 포함 13득점으로 제 몫을 했다. 이로써 LG는 시즌 첫 승을 올리며 이날 경기가 없던 울산 현대모비스(0승3패)를 제치고 탈꼴찌에 성공했다.
이날 LG의 승리 비결은 라렌의 압도적인 고공 장악력과 더불어 다양한 선수를 활용한 '뛰는 농구'였다. 초반 5연패 기간 중 LG는 지나치게 김시래-라렌에 편중된 공격을 펼쳤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살아나지 않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부 선수들에게만 의존했다. 현 감독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수시로 선수를 교체해가며 가용 전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이 방법이 주효했다. LG는 정성우와 김동량 김성민 박인태, 양우섭 등 그간 많이 뛰지 않았던 선수들을 수시로 교체 투입하며 오리온의 공격을 앞선부터 차단해나갔다. 득점은 주로 라렌이 도맡았지만, 정성우와 김시래 정희재에 조성민까지 모처럼 3점포를 가동하며 오리온의 허를 찔렀다. 1쿼터는 14-11로 LG의 근소한 리드였다.
승기를 잡은 순간은 2쿼터 막판과 3쿼터 초반이었다. LG는 34-32로 앞선 2쿼터 종료 직전, 정성우의 버저비터 3점포로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그 기세가 3쿼터 초반으로 이어졌다. 3쿼터 초반 4분 40여초 동안 타이트한 수비로 오리온을 무득점으로 막으면서 정희재의 3점슛 포함 9연속 득점을 기록해 점수차를 벌렸다. 오리온은 결국 3쿼터 9득점에 그치며 추격 타이밍을 놓쳤다. 단신 가드 조던 하워드가 분전했으나 부상으로 빠진 마커스 랜드리의 공백을 이승현과 장재석 최진수 등 국내 포워드진이 메우지 못했다.
LG는 4쿼터에도 라렌과 국내 젊은 선수들의 합작플레이를 앞세워 13점차 승리를 완성했다.
창원=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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