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82년생 김지영'이 온갖 오해와 논란을 이기고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정유미·공유 주연의 영화 '82년생 김지영'(김도영 감독, 봄바람 영화사)이 23일 개봉했다.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지난 2016년 출간 후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은 일상적인 차별에 노출돼 있는 여성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내 여성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으며 대한민국 페미니즘 열풍을 불러일으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하지만 다른 성별에 대한 성 혐오가 심해짐에 따라 젠더 갈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남성과 여성으로부터 엇갈린 평가를 받은 논란의 소설이기도 했다. 이에 소설의 영화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덩달아 영화마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제작 단계부터 여성 단체 및 여성 중심 커뮤니티 위주로 일찌감치 '필수 N차 관람' 분위기가 형성된 것에 반해 반(反) 페미니즘 단체 및 일부 남성 커뮤니티 위주로 별점테러, 불매 운동 움직임이 일었다. 주연배우인 정유미 개인 SNS에 악플 쏟아내는 시대착오적 악플러들까지 대거 등장했다.
그럼에도 감독과 배우, 그리고 모든 제작진은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매진했고, 마침내 14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 공개됐다. 공개된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문제작이 아닌 빛나는 수작이었다.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 동료이자 엄마로 2019년을 살아가는 지영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이들의 보편적인 일상의 디테일을 세심하게 포착했다.
영화는 페미니즘의 극단을 보여주기 위해 혹은 영화의 극적인 메시지를 위해 여성이 이야기를 과장하거나 확대하지도, 반대로 축소하지도 않는다.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모든 여성들이라면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진솔한 접근법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당연한 듯 여겨져 있는 일들의 문제점을 발견해 내고 사회를 이루는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는 과정을 큰 감정의 진폭을 보여준다.
'82년생 김지영'의 가장 큰 장점은 여성과 대척점에 있는 남자를 '빌런'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공유가 연기하는 김지영의 남편 대현은 아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자 하는 좋은 남편이다. 다만 그가 남성이기에 미처 깨닫지 못했던 무심함과 당연한 듯 받아들였던 것들에 대해 포착해 내는 세심한 연출이 돋보인다. 또한 대현이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통해 사회에 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김지영의 아버지(이얼)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채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긴 하지만 영화는 그를 못된 사람이나 악당으로 그리지 않는다. 다만 따뜻하고 좋은 아빠이지만 싶었지만 무심했던 시대와 세대를 살아온 사람의 표상으로 그려질 뿐이다.
악플과 별점 테러까지, 개봉 전부터 이해하기 힘든 논란을 겪어온 '82년생 김지영'. 하지만 시사회 이후 끊임없이 이어지는 평단의 호평에 이어 개봉 전 압도적인 실시간 예매율을 기록하며 흥행에 청신호를 켰다. 과연 개봉 이후에도 영화의 힘과 진정성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oc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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