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최근 드라마나 영화에서 '악인'은 작품 완성도의 척도다.
악인이 매력적이어야 스토리에 설득력을 얻는다. 무조건 악하기만 하면 보는 이들이 지루하고 식상해한다. 마블 영화들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슈퍼히어로 캐릭터들의 매력도 있지만 타노스, 로키 등 매력적인 악인들이 등장해서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SBS 금토극 '배가본드'도 악인들의 향연이 극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있다. 단순히 나쁜 짓만 하는 악역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을 취하는 정당성에 흡인력 있는 매력까지 갖춰 시청자들의 눈을 뗄 수없게 만든다.
'배가본드'에서 '악의 축'은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탄탄히 구축돼 있다. 일단 상부에는 정국표(백윤식)대통령과 홍순조(문성근) 국무총리가 버티고 있다. 정국표가 권력의 단맛에 빠져있는 동안 홍순조는 그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인물이다. 서로를 '형님' '홍도사'로 부르며 상부상조하면서 정치판에서 닳고 닳은 인물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욕망이 부딪히는부분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밑에는 윤한기(김민종) 민정수석이 받치고 있다. 윤한기는, 어찌보면 가장 순진한 국정원 국장 민재식(정만식)을 수족처럼 부리고 군수업체 대표 제시카(문정희)와 함께 야욕을 채우고 있다. 아직 정확한 의중이 드러나지 않아 윤한기의 악행이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지 속단하기 어려운 상태지만 그가 '배가본드'에서 악역 '끝판왕'이 될 가능성도 높다.
가장 밑바닥에는 더러운 일을 도맡아하는 콤비로 탈북자 출신 특수용병 '불가살' 김도수(김대철)와 유학파 용병 릴리(박아인)이다. 김도수와 릴리는 서로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던 경쟁자였지만 의외의 호흡을 보여주며 극의 재미를 키우고 있다. 물불가리지 않는 스타일의 김도수와 첨단 기술을 활용한 21세기형 용병 릴리의 '기싸움'이 의외로 '러브라인'같은 '케미'로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이런 악역들이 이야기가 설득력을 얻는 것은 현실에서 있었던 사건에서 개연성을 따왔기 때문이다. 정국표와 홍순조의 관계는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자국민이 100명 넘게 사망한 비행기 추락사고를 남의 일 보듯이 하는 이들의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윤한기 민정수석 역시 현실적인 캐릭터인데다 제시카로 대표되는 군산복합체는 최근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악역 소재다.
'배가본드'의 주된 스토리는 차달건(이승기)와 고해리(배수지)가 이들 '악의축' 카르텔을 '도장깨기'하듯 하나씩 부숴나가는 것이고 그것에 시청자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다. 때문에 이들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가 '배가본드' 인기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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