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8번째 우승 반지.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베테랑 투수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2019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의 우승 확정 순간 투수는 배영수였다. 두산의 최고령 선수인 배영수는 3차전까지 등판 기회가 없었다. 연일 타이트한 경기가 이어지는 팀 상황상 배영수가 나갈 수 있는 찬스가 찾아오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배영수에게 "한번은 꼭 등판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사실 그 약속보다도 팀의 우승이 먼저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4차전에 기적같은 기회가 왔다. 9회말 마무리를 위해 이용찬이 등판했다가 9-9 동점이 되면서 승부가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배영수가 드디어 몸을 풀기 시작했다. 동점 상황이 이어지면 배영수를 올려보낼 계획으로 보였다. 그런데 10회초 두산이 2점을 내면서 다시 리드를 잡았고, 김태형 감독은 10회말에도 이용찬을 올렸다. 배영수는 다시 돌아갔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이용찬이 첫 타자 이정후를 잡고 발생했다. 김태형 감독이 마운드 방문 횟수를 실수하면서 투수를 반드시 교체해야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용찬이 내려오면서 배영수가 등판했다.
첫 등판이었지만 배영수는 박병호와 제리 샌즈를 공 5개로 처리했다. 두산의 우승 확정이었다. 두고두고 영상 자료로 남을 우승 확정 순간의 주인공이 배영수였다.
경기 후 누구보다 신나게 우승 세리머니를 즐긴 배영수는 "정말 이런 경기가 다있다. 이런 날이 다있다"며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 눈에는 눈물도 글썽였다.
배영수는 "솔직히 한번도 등판을 못할줄 알았다. 그런데 감독님이 날 올려보내면서 '약속 지켰다'며 웃으시더라. 야구하면서 오늘 같은 기분은 처음 느껴본다.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그는 "등판을 위해 불펜 계단을 올라오면서 '무조건 막자', '무조건 막자'고 되뇌었다. 어떻게든 경기를 끝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살면서 가장 좋은 날"이라며 기쁨의 웃음을 숨기지 못했다.
고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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