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좋은 투수가 나오면 초반에 점수 뽑기가 힘들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C조 예선 첫 경기 호주전을 앞둔 대표팀 김경문 감독의 우려였다. "상위에 빠른 선수를 배치해 점수가 안나면 기동력으로 승부를 걸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걱정은 기우였다. 한국 타선은 초반부터 화끈하게 터졌다. 국제대회 낯 선 투수에 대한 낯가림도 없었다. 결국 일찌감치 터진 타선과 양현종의 호투 속에 한국은 5-0 낙승을 거뒀다.
비결이 있었다. 경기 초반 매 이닝 선두 타자들의 헌신이 있었다.
톱타자 박민우는 0-0이던 1회말 첫 타석에서 호주 우완 선발 팀 애서튼의 공을 계속 커트해내며 9구 승부를 펼쳤다. 변화구를 당겨 우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톱타자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낯 선 투수를 상대해야 하는 국제대회에서는 실전이 곧 정보다. 톱타자 박민우가 9구를 던지게 하면서 후속 타자들은 140㎞ 중후반대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등 애서튼의 단조로운 투구 스타일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 실제 2번 김하성은 3루쪽 강습타구를 날렸다. 3번 이정후는 우익선상 2루타를 날리며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민우의 끈질긴 승부로 인해 애서튼의 1회 투구수는 20개가 됐다.
0-0이던 2회말 선두 타자 김재환도 애서튼과 7구 승부를 펼친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미 애서튼의 공은 27개. 패턴을 파악한 한국 타자들은 자신있는 스윙을 시작했다. 양의지가 3루 옆을 스치는 2루타성 타구를 날렸으나 호수비에 막혔다. 하지만 이어진 1사 2루에서 김현수가 초구 슬라이더를 당겨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후속 민병헌도 초구 변화구를 당겨 펜스 직격 적시 2루타를 날렸다.
2-0이던 3회말. 선발 애서튼의 패턴이 한국 타자들에게 읽혔다고 판단한 호주 벤치가 투-포수 배터리를 모두 바꿨다. 좌완 스티브 켄트가 올라왔다. 선두 타자 김하성은 특유의 공격적 성향을 자제하고 5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했다. 패스트볼과 커브 투피치의 단순한 유형임을 대기 타석에서 지켜보던 후속 타자 이정후는 초구 몸쪽 144㎞ 빠른 패스트볼을 당겨 우익선상 2루타를 날렸다. 송구 미스가 겹치며 1루주자가 홈을 밟아 3-0.
3-0이던 4회말. 한국타자들의 눈썰미에 혼란을 주기 위해 호주 벤치는 또 한번 투수교체를 단행했다. 이번에는 잠수함 새뮤얼 홀랜드였다. 선두 양의지는 비록 3루 땅볼로 물러났지만 6구 승부를 펼쳤다. 후속 김현수도 6구 승부 끝에 볼넷 출루하며 동료들에게 관찰 시간을 벌어줬다. 민병헌은 무려 9구 승부를 펼쳤다. 결국 후속 타자 허경민의 좌전안타가 터졌다. 박민우도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호수비에 막혔다.
3-0으로 앞선 6회말 투수가 우완 토드 밴 스틴셀로 바뀌었다. 선두 김재환은 또 한번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후속 타자 양의지가 빠른 공을 홈런성 타구를 날렸으나 가운데 담장 앞에서 호수비에 막혔다. 김현수의 중전안타와 허경민의 중전적시타가 터졌다. 4-0으로 달아나는 천금 같은 득점. 역시 선두 타자 김재환의 헌신이 있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폭발한 한국팀 타선. 중요한 첫 경기 승리가 완성됐다. 나보다 팀을 앞세운 '원팀 코리아'의 힘이었다.
고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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