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첫 단추는 잘 뀄다.
대표팀 김경문 감독은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C조 예선 첫 경기 호주전에서 5대0 완승을 거둔 뒤 안도했다. "첫 경기가 무거운 경기인데 역시 양현종이 마운드에서 든든한 모습을 보이는 동안 타자들이 분발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방점은 그 다음 말에 찍혀있었다. "캐나다는 호주보다 강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력분석 미팅을 할건데 오늘 승리는 잊고 선수들과 잘 준비하겠습니다." 첫 경기 승리에 도취될 지 모를 선수단의 방심을 경계하는 대목이다 .
다행히 선수들도 캐나다전 중요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전날 2루타 2방과 1타점으로 활약한 막내급 이정후는 "첫 경기가 중요했는데 좋은 경기를 했다. 내일 캐나다전이 더 중요한 만큼 잊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천금 같은 추가타점과 멀티히트를 날리며 공수에서 활약한 허경민도 "내일 모레 더 중요한 경기가 있으니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예선라운드 최대 난적은 바로 캐나다다. 지난 8월 전력분석 차 팬아메리칸 대회가 열리는 페루를 다녀온 김경문 감독은 "캐나다에 아주 좋은 투수가 있다"며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야구는 투수놀음. 정보가 부족한 국제대회에서 강력한 선발이 등장하면 아무리 좋은 타자도 대응하기 어렵다. 가뜩이나 국제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은 KBO리그보다 넓다. 타자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타석에 서도 습관화 된 자신만의 존이 있어 새로 적응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캐나다 선발투수다. 캐나다 어니 위트 감독은 6일 쿠바전 승리 후 "내일 우리 선발투수는 좌완투수다. 이름은 비밀이다. 나도 발음하는 법을 모르겠다"고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캐나다 대표팀 로스터에 좌완 투수는 로버트 자스트리즈니와 에번 러츠키 등 둘 뿐이다. 한국대표팀은 오래 전부터 캐나다 선발로 로버트 자스트리즈니(27)를 예상했다. 자스트리즈니는 2013년 시카고 커브스에 2라운드 전체 41순위로 지명된 유망주 출신. 2016년 컵스에서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메이저리그 생활은 짧았다. 지난해까지 메이저리그에서 18경기 34⅔이닝 동안 2승 평균자책점 4.41을 기록했다. 올해는 LA 다저스 소속으로 마이너리그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며 23경기(113이닝) 4승 8패 평균자책점 5.58을 기록했다.
얼핏 평범해보이는 수치지만 처음보는 타자들이 공략하기 쉬운 유형이 아니다. 볼 스피드가 있는 좌완이지만 제구가 좋고 변화구 구사에 능하다. 날카로운 컷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커브 등을 효과적으로 구사한다. 마이너리그에서 9이닝 당 삼진이 8.07개에 달할 만큼 탈삼진 능력도 있다. 일본과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 3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호투한 바 있다. 넓은 국제대회 스트라이크 존에서 위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유형이다.
대표팀 김재현 타격코치는 "캐나다 선발이 만만치 않다. 공 빠른 오주원이라고 보면 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한국 대표팀 타선은 시즌 후 공백으로 인해 가장 우려했던 첫 경기 호주전에서 7안타 4사구 10개, 5득점으로 선전했다. 배경에는 김 코치와 선수들의 치밀한 전략적 접근이 있었다. 초반 득점에 물꼬를 튼 것은 매이닝 선두타자들이 공을 오래 보고 볼넷을 골라 출루하면서 상대 투수 정보를 적극 공유해 준 덕분이다.
더 어려운 투수를 만나게 될 캐나다전도 마찬가지다. 한정된 정보 싸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은 희생정신, 바로 '원팀 스피릿'에서 나온다.
고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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