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오, 한국 좋아요. 씨름 재미있어요."
지안 카를로 카시아글리(34·브라질)가 유창한 한국어 실력을 뽐내며 환하게 웃었다.
20일, 충남 예산의 윤봉길체육관에서 펼쳐진 2019년 위더스제약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브라질에서 혈혈단신으로 건너온 카를로 씨가 눈빛을 반짝이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살폈다.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는 크게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다소 아쉬운 장면이 나올 때는 자신이 실수한 듯 크게 서운해 했다.
카를로 씨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유일한 브라질 선수다. 그가 브라질에서 머나먼 예산까지 한 달음에 달려온 계기는 매우 독특하다.
"15살 때였나요. 한국을 처음 알게 됐어요. 그 뒤로 한국 문화와 말을 배우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난 2012년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왔어요. 한국인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죠. 그때 만난 친구의 집에 놀라갔다가 1주일 동안 씨름을 배웠어요. 너무 재미있어서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한국인 친구 따라 씨름에 입문한 카를로 씨. 그는 '친구' 민윤구 씨(20)를 통해 천하장사 씨름대축제를 알고 참가를 신청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보통 외국 대회 참가는 협회를 통해 이뤄진다. 하지만 브라질에는 공식적인 씨름협회가 없어 돌고 돌아 힘겹게 대회에 나서게 됐다.
카를로 씨는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해요. 제가 씨름 선수로 나서는 첫 번째 대회"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실 카를로 씨는 이제 막 씨름에 입문한 단계다.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도 없다. 하지만 씨름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고 있다. 9살부터 15살까지 레슬링 선수로 활약한 힘이 발휘되는 셈이다.
그는 "씨름을 접한 뒤에 한국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돼 좋아요. 전통적인 운동인데, 기술적이기까지 해서 마음에 들어요"라며 씨름의 매력을 설명했다.
씨름의 재미에 눈을 뜬 카를로 씨. 그는 더 큰 꿈을 꾼다. 카를로 씨는 "사실 브라질 사람들은 씨름을 잘 몰라요. 하지만 제 생각에 씨름은 브라질 사람들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스포츠라고 봐요. 브라질에도 씨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 중이죠. 내년에는 천하장사 대회에 브라질 선수가 2~3명이라도 더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각오를 다졌다.
중간 중간 통역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카를로 씨의 한국어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그는 유창한 한국어로 자신의 의견을 술술 풀어놓은 뒤 한 마디 남겼다. "할 수 있어요." 씨름인 카를로 씨의 도전은 이제 돛을 올렸다.
예산=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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