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여자프로배구 KGC인삼공사 한송이(35)는 지난 24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9~2020 V리그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개인통산 600블로킹을 달성한 것이다. 이전 경기인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599블로킹을 기록한 한송이는 이날 1세트 중반 GS칼텍스 강소휘의 오픈 공격을 가로막아 600블로킹 고지에 올랐다. V리그 여자부에서 역대 5번째 대기록. 하지만 한송이의 기록은 의미가 남다르다. 앞서 600블로킹을 기록한 양효진(현대건설, 1139개), 정대영(한국도로공사, 898개), 김세영(흥국생명, 872개), 김수지(IBK기업은행, 663개) 등 4명은 모두 센터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정통 센터다.
그러나 한송이는 레프트 공격수로 10여년간 활약을 하다 센터로 전향했다. GS칼텍스 시절인 2015~2016시즌 당시 이선구 감독의 권유로 센터로 옮겼다. 팀의 필요에 의해 포지션을 바꾸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적응에 애를 먹기도 한다.
한송이는 이날 GS칼텍스와의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레프트만 하다가 센터로 바뀌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힘들었다. 받아들이기도 싫었고, '난 레프트를 잘 할 수 있는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지나고 보니 그런 경험들이 지금 경기를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새 직업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재미있고, 힘들었던 것들이 언젠가는 결실로 돌아오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며 웃음을 지었다.
한송이는 자신을 새로운 길로 이끈 이선구 감독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연습을 시키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내가 계속 고집을 피웠으면 경기에 나서기 어려울 수도 있었을 거다. 조금 전에 (이선구)감독님한테 축하 문자가 왔다"면서 "그때는 너무 싫었다. 나를 예뻐해 주신 감독님이었는데 왜 그러실까 미웠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경험하니까 빨리 적응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한송이는 여전히 전천후 활약이 돋보인다. 이날 경기에서도 14득점 가운데 공격 득점이 9개, 블로킹 득점이 5개였다. 한송이는 득점(71점) 부문 20위, 블로킹(17개) 부문 공동 10위에 올라 있다.
무엇보다 한송이는 '맏언니'로서 빛을 발한다. 이날 승리 후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은 "무엇보다 한송이가 잘 해줬다. (정)호영이 수비를 감당 못하기 때문에 송이한테 역할을 더 많이 줬는데, 그런데도 잘 해줬다. 언니로서 아이들을 다독이면서 잘 이끌고 있다"고 칭찬했다.
올해 입단한 신인 레프트 정호영(18)과는 17살 차이가 나는 한송이는 "함께 뛰던 선수들이 다 은퇴했는데 조카뻘 친구들과 함께 뛰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내가 공격수를 고집했으면 기회가 크게 줄었을 것인데,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면서 팀 성적에 대해 "단합도 잘 되고 원하는 성과를 아직 이루진 못하지만 상위권으로 올라갈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중이다. 올시즌 보다 높은 곳으로 갈 것"이라며 각오를 나타냈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KGC인삼공사는 이날 2연패를 끊고 승점 9점을 마크, 4위로 올라섰다. 3위 흥국생명(18점)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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