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23일 K리그1 37라운드(파이널A 4라운드) 포항과의 홈경기서 0대3으로 대패한 이후 이렇게 개탄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문제는 이미 엎지른 물이었다. '있을 수 없는' 장면을 FC서울 선수단이, 그것도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 보여줬다는 것이다.
비단 이날 경기만 문제가 아니었다. FC서울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던 정규리그 때와는 달리 파이널 라운드로 들어와서 1무3패로 추락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권(리그 3위)을 조기 확정할수 있었던 것을 38라운드 최종전까지 몰고 가게 됐다.
K리그 흥행 측면에서는 시즌 우승과 ACL 출전권이 동시에 마지막 승부에서 갈리게 됐으니 '최상의 시나리오'일지 모른다. 서울 구단과 서울 팬 입장에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최종전에서 극적으로 ACL 출전권을 획득할 수 있지만 지난해 승강 플레이오프를 생각하면 또 겪고 싶지 않은 '쫄깃함'이다.
이런 복잡 미묘한 상황은 서울 선수단이 자초했다. 지난 포항전에서 골대 불운, 페널티킥 판정 등에 대한 아쉬움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이를 탓하기에 앞서 서울의 경기력은 너무 무기력했다.
주세종, 알리바예프가 대표팀을 다녀왔고 일부 부상 선수로 인해 정상 전력을 가동하기 힘들었다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파이널A 시리즈에서의 서울은 정규시즌에 비해 크게 무기력했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선수단은 물론 최 감독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여기서만 무기력의 원인을 찾기에는 무리가 있음을 서울 팬들은 잘 안다. 어찌보면 '예견된' 부진이기 때문이다. 서울 구단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K리그에서 유일하게 '제로 영입'을 한 이후 동력을 잃었다.
여름 이적시장이라는 게 취약 포지션 보강용도 있지만 1년 장기 레이스에서 기존 선수들 체력 안배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각급 대표팀 차출 인원을 보유한 팀이라면 더욱 그렇다.
결국 서울은 주세종 이명주 등 즉시 전력감이 제대 후 복귀했지만 미드필더였던 까닭에 '제로 영입'의 우려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는 기록에서도 잘 나타난다. 7월 말까지 23경기 동안 승률 65.2%(12승6무5패·K리그 산정방식에 따라 무승부 0.5승 적용)였던 서울은 이후 14경기 동안 승률 35.7%(3승4무7패)로 급전직하했다. 시즌 전반기에 힘이 남아 있을 때 벌어놓은 것으로 여태까지 버틴 셈이다.
'제로 영입'에 따른 의욕상실에 체력 저하는 가중됐다. 올 시즌 현재 서울의 전체 선수단에서 30경기 이상 출전한 이는 황현수(35경기)를 비롯해 9명에 달했고, 20경기 이상 출전은 3명이다. 반면 선두 울산은 30경기 이상 6명, 20경기 이상 9명이다. 2위 전북의 경우 30경기 이상 6명, 20경기 이상 5명으로 나타났다. 특히 스쿼드가 두터운 전북의 경우 10∼19경기 출전 선수(12명)가 고르게 분포하며 체력 부담을 분담했다.
선택의 폭이 좁았던 서울로서는 돌리던 선수만 자꾸 돌리다 보니 이른바 배터리 소모 속도가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한 1주일 쉬면 당장 몸이 좋아질 것 같지만 축구, 농구처럼 몸싸움을 동반한 장기 레이스에서는 시즌 체력이라는 게 있다.
한 축구인은 "저번 포항전을 보면 서울의 경기력-투지는 거의 최악이었다"면서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고? 그건 버틸 힘이 남아 있을 때다. 마음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더 많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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