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국내프로야구에 강속구 투수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구속이 전부는 아니지만 투수에게 스피드는 첫 번째 무기다. 지난달 프리미어12에서 일본대표팀 불펜진은 대단한 구위를 자랑했다. 가이노 히로시(소프트뱅크 호크스), 나카가와 고타(요미우리 자이언츠) 등이 150km대 중후반의 강속구를 뿌려댔다. 한국도 조상우(키움 히어로즈)와 고우석(LG 트윈스)이 있었지만 양과 질에서 일본투수진은 한수 위였다. 2015년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에게 당한 치욕(한국 상대 2경기 13이닝 무실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본은 고졸 신인 사사키 로키(지바 롯데 마린스)가 조만간 170km에 도전한다며 난리법석이다.
일본과 한국의 아마야구 저변은 50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알려져 있다. 더 많은 후보군에서 좋은 선수를 추리기 때문에 일정 부분 격차를 감안한다고 해도 최근 한국야구, 특히 마운드에선 씨알굵은 기대주가 줄어들고 있다.
이승엽 KBO 홍보대사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개선할 수 있는 것은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홍보대사는 한국의 홈런왕으로 일본프로야구에서도 족적을 남겼다. 2004년부터 지바 롯데-요미우리 자이언츠-오릭스에서 8년간 활약했다.
이 홍보대사는 "훈련방법에 대한 접근을 바꿀 필요도 있다. 유소년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본기다. 특히 하체단련은 전 포지션에 상관없이 매우 중요하다. 일본은 러닝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중고교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달리면서 하체를 강화한다"며 "이후 골반을 사용하는 방법, 직구 위주의 피칭으로 어깨를 강화시킨다"고 말했다.
이 홍보대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이승엽 야구장학재단은 장학금 전달 뿐만 아니라 유소년 야구캠프 등을 열고 있다. 어린 선수들에게 야구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와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다. 이 홍보대사는 "어린 시절 야구를 더 즐겁게 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다. 야구부가 됐든, 클럽이 됐든, 취미로 하는 야구가 됐든 말이다. 문제는 과도한 경쟁 분위기가 미래 자원들을 억누르는 현 세태"라고 말했다.
최근 목격했던 충격적인 장면도 소개했다. 이 홍보대사는 "중학생들의 경기에서 한 투수가 15개를 연속으로 변화구를 던지는 것을 봤다. 충격이었다. 부상 위험은 차치하고라도 이래서는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유소년 시기는 어깨 근력을 키울 수 있는 골든 타임이다. 당장의 승부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어린 선수들이 직구대신 변화구에 온통 신경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현직에 있는 지도자분들의 고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성적을 내지 못하면 해고당한다. 학부모님들이 기다려주지 않는다. 방법은 협회가 나서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수년 전 도입한 아마야구의 대회 투구수 제한은 최소한의 룰이다. 야구 미래를 생각하는 다양한 고민들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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