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초심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최근 2019시즌 폐막을 전·후해 심하게 앓았다.
오한과 고열로 인한 몸살 증세가 쉽사리 떨어지지 않았다. 지난 1일 대구와의 최종전(0대0 무)을 앞두고 찾아든 병세로 인해 그는 대구전을 치르기 전까지 링거를 4번이나 맞았다고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이다.
대구전에서 비긴 뒤 힘겹게 3위를 수성,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참가자격이란 시즌 목표를 달성한 뒤에는 겨울비를 흠뻑 맞은 데다, 긴장이 순식간에 풀리면서 몸은 더 처졌다.
결국 통원 치료와 함께 링거에 의존하며 두문불출 누워서 지내야 했다. 극심한 열병을 앓고 난 뒤 기력을 회복한 최 감독은 자동기술적으로 서울 집에서 부산을 향해 먼 여정에 나섰다.
최 감독이 찾은 곳은 5일 부산과 경남의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린 구덕운동장이었다. 때마침 부산 지역은 올겨울 최저기온의 날씨, 최 감독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에도 두꺼운 점퍼에 의존해 경기를 지켜봤다.
최 감독이 부산의 승강 PO 1차전을 애써 찾은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끙끙 앓은 것은 처음이다. 열이 좀 떨어지고 머리가 맑아진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때마침 부산에 경기가 있다기에 무조건 갔다 오자고 생각했고 나도 모르게 부산을 향했다."
이어 그는 "정신이 좀 들면서 이렇게 누워만 있을 때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왜 그렇게 아파했는지 되짚어 보게 되더라. 그래서 불현듯 든 생각은 '초심'이었다"면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깨달음이랄까. 1년 전 부산에서 승강 PO 1차전을 치를 때 가졌던 마음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지난해 후반기 위기에 빠진 FC서울의 사령탑으로 복귀해 부산과 승강 PO를 치른 끝에 간신히 1부리그에 잔류했다. 그의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경기 중 하나가 작년 12월 6일 구덕운동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부산의 승강 PO 1차전(서울 3대1 승)이었다.
11위로 추락한 서울을 구제하기 위해 서울로 복귀한 최 감독은 "팀의 운명이 걸린 1차전을 준비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 얼마나 간절하게, 신중하게 준비했는지 모른다.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많은 고뇌와 정성을 쏟아부었다"면서 "그런데 이후 올 시즌을 정신없이 치르면서 그때의 초심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고 회고했다.
최 감독은 운명의 그 현장에서 한동안 잃어버렸던 '초심'을 되찾고 싶었던 것이다. 내년 ACL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마음을 추스르고 신중하게 새출발하고 싶어서다.
이날 구덕운동장에서 최 감독은 다른 유명 축구인들과 달리 조용히 일반 관중석에 웅크리고 앉아 수행을 하듯 경기를 지켜봤다. 1년 전 부산의 승격 희망을 꺾었던 감독으로서 미안한 마음과 함께 고향 팀 부산을 응원하는 인지상정이 교차했던 최 감독.
부산의 1부리그 승격 소식을 접한 최 감독은 "부산 같은 기업구단이 1부리그로 고생 끝에 복귀해 K리그 흥행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반갑다. 나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 팀인데 내년 시즌 같은 무대에서 좋은 경기 펼치길 바란다"고 축하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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