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베트남에서 새 역사를 써 내려간 '축구 영웅'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60)의 귀국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14일 새벽 6시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U-23 대표팀 선수단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모여든 100여명의 팬들은 이들이 나타나기 전까진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하지만 도착 1시간 반만에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갑자기 돌변했다. 몇몇 팬은 거침없이 다가가 박 감독을 둘러쌌다. 언론 기자회견을 기다리는 카메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박 감독 옆에 꼭 붙어 셀카(셀프 카메라)를 찍는 팬도 있었다. 베트남 팬들만 그런 행동을 한 건 아니었다. 14일부터 22일까지 경남 통영에서 진행하는 베트남의 이번 전지훈련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관계자'는 박 감독 양옆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그 앞에는 미리 자리를 잡고 핸드폰을 들고 있는 또 다른 관계자가 있었다. '내가 어디의 누구'라고 인사하고 '셀카 좀 찍자'고 요구했다. 박 감독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셀카를 찍은 중년 남성 중 한 명은 방송 인터뷰 중 불쑥 박 감독 뒤에 나타났다. 카메라에 잡히는 위치다. 그 의도는 불 보듯 뻔하다.
'반가운 마음에 셀카를 찍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한 명을 찍게 해주면 너도나도 핸드폰 들고 다가가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박 감독의 매니지먼트사 직원들과 전지훈련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까지 컨트롤했어야 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 입국 당시를 떠올리며 3~4명의 직원으로 충분히 '축구 영웅'의 귀국 일정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어딘가 엉성한 계획을 세웠다. 도리어 매니지먼트사 측은 "김해공항에 미리 공문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는데…"라고 말끝을 흐리며 공항측의 대처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는 사이 공항은 통제불능 상태에 놓였다. 박 감독을 비롯한 선수, 스태프 모두 보호받지 못했다. 이영진 수석코치 등 한국인 코치진 네 명은 가장 먼저 게이트를 빠져나와 간략한 방송 인터뷰를 한 뒤 미리 대기한 버스에 올라타 1시간 넘게 남은 일행이 오길 기다렸다.
카메라 앞에서 SEA 우승 소감과 올림픽 예선 각오를 전한 박 감독은 빠른 걸음으로 인파를 뚫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통영에서 내년 1월 태국에서 열릴 2020년 아시아 U-23 챔피언십(2020년 도쿄 올림픽 예선) 대비 훈련을 한 뒤 22일 출국할 예정이다.
부산=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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