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극과 극의 분위기다. 메이저리그(MLB) FA(자유계약선수)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반면, KBO리그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MLB 이적 시장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최대어' 게릿 콜이 뉴욕 양키스와 역대 투수 최고액인 9년 총액 3억2400만달러(약 3802억원)라는 엄청난 조건에 사인을 했다. '야수 최대어'로 꼽히던 앤서니 랜던도 LA 에인절스와 7년 2억4500만달러(약 2876억원)에 계약을 마쳤고,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는 워싱턴 내셔널스에 잔류하면서 7년 2억4500만달러(약 2876억원)에 사인을 마쳤다.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부터 12일까지 샌디에고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이 막을 내리면서, 대형 선수들의 행선지가 더욱 빨리 결정되는 모습이다. 류현진, 댈러스 카이클과 3대 FA 좌완 투수로 꼽히던 매디슨 범가너가 16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5년 총액 8500만달러(약 996억원)에 합의를 마쳤다.
시장 규모가 훨씬 큰 메이저리그의 경우, 한꺼번에 100여명의 FA 선수들이 쏟아지기 때문에 보통 대어급 선수들이 먼저 계약을 마치고 난 이후 중소형 FA 선수들의 행선지가 속속 정해진다. 과거에는 주요 선수들이 12월 25일 성탄절 연휴 전에 계약을 마치는 것을 선호했지만 최근 몇년 사이 '장기전'으로 풍속도가 달라졌다.
1년전 'FA 최대어'였던 브라이스 하퍼는 무려 3월이 다 돼서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13년 3억3000만달러(약 3872억원)라는 초특급 계약을 이끌어냈고, 2017시즌 종료 후 에릭 호스머, 제이크 아리에타 같은 주요 FA 선수들 역시 2월말~3월초 FA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시점이 점점 더 늦어지면서, 해를 넘기는 것은 당연하게 보였고 스프링캠프 팀 훈련 합류도 늦어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 중심에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스타들 중 상당수가 보라스 코퍼레이션 소속이다. 1년전 하퍼 계약의 협상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 에이전트 역시 보라스였다. 협상 트렌드를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FA 시장이 열린 직후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게릿 콜이나 스트라스버그, 랜던, 범가너 뿐 아니라 잭 휠러와 야스마니 그랜달 등 굵직한 선수들이 대부분 계약을 마쳤다.
꽁꽁 얼어붙은 KBO리그 FA 시장과는 상당히 이질적인 흐름이다. 2017시즌을 앞두고 최형우가 사상 첫 공식 100억원 시대를 연 이후, KBO리그에도 초대형 계약들이 줄줄이 나왔다. 지난해 양의지는 NC 다이노스와 4년 총액 125억원이라는 초대박 계약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사실상 FA 시장이 멈춰있다. 계약을 맺은 선수는 이지영(키움) 유한준(KT) 정우람(한화) 3명 뿐이고, 모두 타팀 이적이 아닌 원소속팀 잔류다. 나머지 선수들도 원소속팀 혹은 타팀에서 거액의 러브콜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 줄다리기만 길어지고 있다. '초특급 FA'가 없기도 하지만, 구단들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움직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이저리그 FA 시장이 뜨겁다 못해 불타오르는 이유는 '빅마켓' 팀들이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영입전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게릿 콜 영입에는 양키스를 비롯해 LA 에인절스, LA 다저스 등 '머니 게임'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팀들이 달라붙었고, 그 결과 양키스가 쟁취했다. 이런 구단들이 적극적으로 전력 보강에 나서자 라이벌 구단들도 질 수 없다는 듯 FA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협상 기간을 최대한 길게 끌며 몸값 올리기를 해온 보라스도 올해만큼은 빠른 시간 내에 협상을 마무리짓고 있다. 지금같은 분위기에서는 '속전속결'이 오히려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구단들이 알아서 지갑을 벌리고 있어서 굳이 길게 끌지 않아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온다. 미국 현지에서도 "오랜만에 느껴보는 뜨거운 스토브리그"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이렇듯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온도차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결국 대어급 투수에 대한 시장 수요와 자연스럽게 상승한 공급 가격 그리고 자본력을 갖춘 '큰손' 구단들의 태도 차이가 가장 크다고 봐야 한다. KBO리그에서는 키움 히어로즈나 두산 베어스처럼 비교적 적은 비용을 들이고 좋은 성적을 내는 팀들의 자체 육성 기조를 빅마켓 구단들이 따라가는 추세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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