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썩 괜찮은 조건.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도전이 시작됐다. 그가 가장 원하던 선발 등판 기회는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계약 규모로 살펴봤다.
김광현은 18일(이하 한국시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2년 800만달러(약 93억원) 조건으로 계약을 마쳤다. 17일 세인트루이스에 도착해 메디컬 테스트 후 구장 시설을 살펴본 김광현은 빠른 속도로 최종 합의에 이르렀다. 예상했던 수준에서도 나쁘지 않은 계약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도전을 할때 2년 500만~120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예상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지만 보장 금액이 800만달러고, '디 애슬레틱' 존 헤이먼 기자의 보도에 따르면 매 시즌당 옵션 150만달러가 별도로 붙는다. 따라서 김광현은 성적에 따라 최대 1100만달러를 받게 된다. 또 김광현은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아닌 포스팅 절차를 거쳐 계약을 했기 때문에 세인트루이스 구단은 원 소속팀인 SK 와이번스에 이적료 160만달러(약 19억원)를 줘야 한다. 보장 금액이 총 2500만달러 이하면 구단은 이적료로 20%를 지급해야 한다. 결국 세인트루이스가 김광현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장 금액은 960만(800+160) 달러고,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1260만 달러로 늘어난다. 실질적으로 김광현 영입을 위해 투자하는 비용이 1000만달러(116억원) 수준인 셈이다.
최근 KBO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외국인 투수들보다 좋은 조건이다. 1년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한 메릴 켈리는 2년 550만달러(약 64억원)로 김광현보다 훨씬 못미치는 보장액에 사인했고, 올 시즌 5선발로 활약했다. 2019시즌 MVP와 투수 3관왕을 석권하며 메이저리그에 재입성한 조쉬 린드블럼의 경우, 밀워키 브루어스와 3년 912만5000달러(약 106억원)에 계약했다. 린드블럼은 옵션이 크게 걸려있어 모두 채우면 최대 1800만달러까지 불어난다.
아직 미국 무대에서 아무것도 검증되지 않은 한국인 투수에게 1000만달러 전후의 금액을 투자한다는 것은 세인트루이스의 기대치를 증명한다. 김광현은 계약을 앞두고, 빅리그 출전 보장과 선발 등판 기회에 가장 무게를 뒀다. 세인트루이스와 최종 계약 합의를 하면서, 빅리그 출전 보장은 어느정도 확답을 받고 계약에 포함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직 세부 내용까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이 포함돼 있다면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다만 선발 로테이션 합류까지는 확정이라 하기는 힘들다. 대신 팀 여건상 기회가 주어질 수밖에 없다. 김광현은 잭 플래허티, 마일스 미콜라스, 다코다 허드슨으로 이어지는 1~3선발 다음 4~5선발 경쟁이 유력하다. 아담 웨인라이트, 카를로스 마르티네즈 등이 경쟁자다. 하지만 1~3선발이 모두 우완 투수다. 우완 일색인 세인트루이스는 좌완 투수 영입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김광현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마이리그 강등 거부권으로 빅리그 로스터에 꾸준히 포함되면서, 출전 기회만 얻는다면 나머지는 김광현의 어깨에 달려있다. 좋은 모습만 보여준다면 1000만달러나 투자한 구단에서 김광현을 선발로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굉장히 의미있는 조건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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