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메리'가 안되는데"
울산 현대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크리스마스 울산에서 열린 원주 동부 DB전을 앞두고 이렇게 넋두리를 했다.
자신은 '메리 크리스마스'를 할 기분이 아니라고 했다. 이유가 있었다.
"속은 끓는데,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지난 22일 울산에서 열린 서울 삼성 썬더스와의 경기. 경기 종료 29초를 남기고 73-74로 현대 모비스가 1점 뒤진 상황. 작전 타임을 요청했다.
유 감독은 디테일한 작전 지시를 내렸다.
양동근이 중앙에서 볼을 잡았다. 에메카 오카포가 스크린을 했다. 왼쪽으로 드리블을 친 양동근은 엘보우 지역(자유투 라인 모서리 근처)의 함지훈에게 패스를 연결. 순간, 삼성의 수비 진영이 흐트러졌다. 이와 동시에 오카포가 골밑으로 쇄도, 함지훈은 제대로 된 타이밍에 패스를 연결했다. 세 명의 수비가 함지훈과 양동근 사이드로 몰린 상태. 때문에 골밑은 텅 비어 있었다. 오카포는 볼을 잡은 뒤 그대로 점프, 쉬운 득점 찬스가 났다.
넣으면 역전. 남은 시간은 8초. 그런데, 오카포가 점프를 한 뒤 어이없느 골밑 슛을 놓쳤다. 덩크로 꽂거나, 쉽게 레이업 슛을 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 감독은 "볼을 잡고 올라갈 때, 볼이 흐르는 게 순간적으로 보였다. 당시 '어~어~ 하아~'라고 했다"고 말했다.
멍한 표정은 그대로 TV 카메라에 생생하게 잡혔다. 다음날 아침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유 감독은 "전화를 받으니, 아내가 갑자기 웃더라. 그래서 '왜 웃어'라고 웃으면서 말하니까, '코트에서 당신 그런 멍한 표정은 처음 봐'라고 하더라"고 했다.
그렇다고 오카포에 대해서 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유 감독은 "오카포가 경기가 끝나고 선수들에게 일일이 'Apology(사과한다)'라고 하면서 미안하다고 하더라. 본인도 어이가 없었는지 머리를 쥐어짜면서 자책하는데,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손을 꼭 잡아줬다"고 했다.
현대 모비스는 승부처 막판 아까운 실책으로 놓친 경기가 많다. 유 감독은 "4경기 정도가 그런 것 같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게 우리의 실제 전력"이라고 했다.
팀 훈련의 패턴을 바꿨다. 그는 "사실 우리는 훈련시간이 길지 않다. 1시간 남짓이다. 단, 최근까지 컨디셔닝 조절 차원의 가벼운 운동과 다음날 패턴을 지적하는 훈련을 했다면, 최근에는 기본적인 움직임을 강조하는 훈련으로 패턴을 바꿨다. 지금 상황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가장 효율적 방법"이라고 했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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