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모두 다 잘했는데 감독이 부족했다."
지난해 시즌 최종전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은 자신의 데뷔 시즌을 이렇게 평가했다.
오랜 코치 생활을 거쳐 롯데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허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관철하는 데 집중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수 개인의 루틴 정립과 자율적인 훈련을 강조하면서 팀 체질과 분위기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코로나19 변수 속에 시즌 개막이 늦어지자 자체 청백전에서 옥석 가리기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짠 개막 엔트리에서 큰 변동 없이 한 시즌을 보냈다. 전반기에 5할 승률을 유지하면서 후반기에 치고 올라간다는 일명 '8치올(8월에 치고 올라간다)' 전략을 짰다.
허 감독의 기대대로 롯데는 시즌 초반 5연승을 달리는 등 달라진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추진력을 얻진 못했다. 6월 중순 이후 5위 밑으로 내려간 뒤 줄곧 승패 마진이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특히 1점차 승부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끝내기 패배를 14번이나 당했다. 찬스 상황에서 강공을 고집했지만, 10개팀 중 가장 많은 148개의 병살타를 치면서 고개를 숙였다. 투수 교체나 대타 기용, 작전 등 벤치의 경기 운영 미숙이 접전 상황에서의 패배로 연결됐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경기 외적 대처도 미흡했다. 허 감독은 시즌 내내 이어진 내부 갈등을 외부로 표출하면서 우려를 샀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허 감독을 방관한 프런트의 역할도 지적되지만, 현장 총사령관이자 구단의 얼굴이자 입이 돼야 할 허 감독의 대처가 세련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더 많았다.
허 감독은 지난해 시즌을 돌아보면서 "한 시즌을 돌아보니 코치 시절과는 하늘과 땅 차이다.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좀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투수 교체, 대타, 작전 타이밍 등 내가 부족해서 망친 경기가 많지 않았나 싶다. 계속 생각해보면 선수들이 아닌 내 책임이 큰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감독이 되니 여러 부분에 신경이 쓰이고, 흔들리게 되는 모습이 있더라. 시즌 중반엔 나도 모르게 흔들리며 갈팡질팡할 때가 있었다. 내가 우물쭈물했던 게 이런 결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며 "모 감독님께서 '결정할 때는 냉정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부분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했다.
새 시즌 허 감독은 여러 변수를 앞두고 있다. 마운드를 책임졌던 노병오 조웅천 코치, 지난해 1군 백업 역할을 했던 허 일 김동한 신본기 등이 팀을 떠났다. 이런 가운데 새 외국인 투수 앤더슨 프랑코를 비롯해 신인 나승엽 김진욱 손성빈, 퓨처스(2군)에서 한 시즌을 보내며 유의미한 지표를 쌓은 선수들의 활용법이 과제로 주어졌다. 스토브리그에서 별다른 보강이 없는 가운데 내부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허 감독은 "내년에는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나도 이기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며 "선수들이 한 시즌 동안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면, 내가 더 잘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음표를 던지게 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시즌을 마친 뒤 다시 필름을 돌려 보완하고 채워가야 한다. 안 좋은 피드백도 달게 받아야 한다. 스스로뿐만 아니라 주변에 묻고, 듣고, 고치면서 다시 배울 것"이라고 다짐한 바 있다. 숱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 해를 마무리했던 허 감독이 어떻게 답을 찾아갈지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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