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진회 기자] 선수들은 벌 수 있을 때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한다. 선수생명이 짧기 때문이다. 그나마 마흔 가까이 할 수 있는 야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연봉을 자진삭감한다는 건 믿기 힘든 소식이었다.
서건창(32·키움 히어로즈)이 그 충격적인 소식의 주인공이 됐다. 에이전트를 통한 협상 테이블에서 구단에서 제시한 3000만원 삭감에다 9500만원을 추가로 자진삭감해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구단은 몇 차례 추가 면담 끝에 뜻을 굽히지 않는 선수의 요청을 받아들여 총 1억2500만원 삭감을 단행했다. 서건창의 2021년 연봉은 2억2500만원이 됐다.
2020시즌 서건창 스스로 생각해도 부족한 시즌이긴 했다. 타율 2할7푼7리로 3할을 지켜내지 못했다. 부상없이 규정타석을 채운 시즌들과 비교하면 타율이 저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구단은 큰 폭의 삭감을 제시하지 않았다. 플러스 요인도 감안했다. 출루율 3위(0.390), 볼넷 1위(91개), 장타 3위(38개), 결승타 5위(6회), 볼삼비 1위(1.57), 득점권 타율 3할 등 팀 내에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그렇다면 서건창이 스스로 연봉을 깎은 이유는 무엇일까. 마치 "이번 시즌을 마친 뒤 반드시 키움을 떠나겠다"는 대범한 선전포고로 보여진다.
서건창은 2021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확실한 FA 전략은 올해 펄펄 날아다니는 것이다. 2014년 타격왕을 했을 때의 모습으로 돌아갈 경우 FA 시장에서 수월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다만 대비책도 필요하다. 원했던 성적이 나지 않았지만, 몸값을 낮춰 팀을 떠날 수 있는 방책이다. FA 등급을 낮추는 노력이 필요했다. 결국 연봉을 35.7%나 깎아 신규 FA이지만, B등급으로 시장에 발을 내밀 수 있게 됐다.
B등급 선수의 보상규모는 보호선수 명단 25인외 1명+연봉 100%, 혹은 연봉 200%다. 2021시즌이 끝난 뒤 서건창을 원하는 구단은 키움에 2억2500만원+보상선수 1명 또는 4억5000만원을 내면 된다. 이번 겨울 두산 베어스에서 SK 와이번스로 둥지를 옮긴 최주환보다 더 싼 금액에 서건창이란 날카로운 '창'을 장착할 수 있게 됐다.
차선책은 마련됐다. 이제 서건창에게 남은 건 2021시즌 맹활약 뿐이다. 2014년급 활약을 보여줄 경우 서건창은 줄인 연봉도 보전받을 수 있을만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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