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KBO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조건부 FA 계약. 안치홍의 자신감은 현실이 될까, 아니면 불안감으로 바뀔까.
안치홍은 지난해 1월 정든 KIA 타이거즈를 떠나 롯데 자이언츠와 FA 계약을 맺었다. 2+2년 최대 56억원. 최대 총액만 보면 2020 FA 최고액이었다.
다만 계약 형태가 독특했다. 2년 26억원 계약을 마친 뒤, 계약 연장에 상호 동의시 2년 31억원 추가 계약이 발동된다. 팀과 선수 중 한쪽이 연장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안치홍은 바이아웃 1억원을 받고 KBO리그의 일반적인 FA들과 달리 '방출 선수' 자격으로 시장에 나올 수 있다. 보상선수도, 보상금도 없이 말 그대로 '프리'하게 새 소속팀을 찾을 수 있게 되는 것. 반대로 소속팀도 추가 금액 부담 없이 선수를 '방출'할 수 있다.
계약 당시부터 사실상 2년 26억원 계약이라는 말이 나왔다. 안치홍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면 선수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두면 구단이 계약 연장을 발동하지 않을 거라는 것.
2020년 최대 이야깃거리였던 안치홍. 첫해 성적은 타율 2할8푼6리 8홈런 5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64. 결론부터 말하면 애매했다. 안치홍에 대한 롯데의 기대치는 150안타 20홈런 장타율 5할을 넘나들던 2017~2018년의 모습이다. 하지만 공격력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2루 수비도 실책 14개를 기록하는 등 아쉬웠다.
시즌 막판에는 오윤석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까지 나타났다. 오윤석은 후반기 들어 눈부신 기량을 과시하며 안치홍의 주전 2루수 자리를 위협중이다. 특히 득점권 타율(3할7푼8리)에서 안치홍(2할8푼8리)보다 뛰어나 여러차례 강렬한 임팩트를 남겼다. 약점으로 지목됐던 수비력도 차츰 안정감을 찾았다.
안치홍의 롯데 이적 당시 포인트는 '2루수'라는 포지션이다. 전 소속팀 KIA는 그가 1루수로서 보다 장타력에 초점을 맞추길 원했다. 반면 롯데는 2루가 휑했고, 1루에는 '부산의 심장' 이대호를 비롯해 이병규 등이 버티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비록 이대호와의 FA 계약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2021시즌 롯데 아닌 다른 팀에서 뛰는 이대호는 상상하기 어렵다. 그 뒤를 받칠 선수도 지난해부터 멀티롤을 수행중인 정훈, 또는 노장 이병규가 먼저 거론된다. 지난해 잠재력을 터뜨린 3루수 한동희 역시 작년부터 꾸준히 1루 훈련을 해왔다. 20홈런 OPS 0.9를 넘겼던 안치홍의 장타력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1루수로의 활용을 고민할 이유는 없다.
롯데는 올시즌 후 민병헌과 손아섭의 FA 계약도 끝난다. 안치홍이 이대로 애매한 성적에 머문다면, 'KBO리그 연봉 1위팀'이라는 부담을 줄이고자 고민할 수 있다.
다만 허문회 감독은 안치홍의 노력하는 자세와 팀내 분위기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해왔다. 결국 안치홍과 롯데의 동행 여부는 그가 올해 자신의 가치를 얼마나 증명하느냐에 달렸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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