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세인트루이스 김광현은 지난해 큰 고비를 넘겼다.
코로나19로 하염 없이 미뤄진 시즌 개막 일정.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기약 없는 불확실성이었다.
캠프가 폐쇄되자 선수단도 해산했다. 각자 집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김광현 같은 1년 차 외국인 선수로선 난감한 노릇. 가뜩이나 가족도 한국에 두고온 터였다.
꿈을 향한 첫 걸음 조차 떼보지 못한 상황. 한국, 일본 선수들은 하나 둘씩 고국으로 떠났다.
하지만 김광현 생각은 달랐다.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시계 제로. 만약 한국이 입국 금지국가가 되면 미국 재입국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었다.
고심을 거듭한 끝에 내린 김광현의 선택은 미국 잔류였다. 모든 것이 막막했지만 견뎌보기로 했다.
세인트루이스에 남아 계약자로서의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 프로 다운 결정이었다.
그 당시, 그 결단은 김광현이 세인트루이스 구단에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고국으로 돌아가도 좋다'고 허락 했는데도 현지에 남은 동양인 선수. 그 마음 씀씀이가 대견했다.
구단은 오갈 데도 없고, 훈련할 여건도 마땅치 않은 김광현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최고의 프랜차이즈 투수 애덤 웨인라이트(40)에게 김광현 케어를 부탁했다. 야구와 팀을 향한 김광현의 진지한 자세에 탄복한 웨인라이트가 흔쾌히 나섰다.
집에 불러 밥을 먹으며 일주일에 4차례씩 함께 훈련을 했다. 비교적 넓은 그의 집에서 캐치볼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도 함께 했다. 시즌 개막 후 맹활약 할 수 있었던 배경이었다.
김광현은 훗날 "웨인라이트가 없었다면 훈련할 수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진심어린 감사를 표했다.
훈련 뿐 아니었다. 메이저리그에 첫 도전하는 한국인 투수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으로 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멘탈 관리, 메이저리그 시스템과 불문율 등 돈 주고 살 수 없는 정보들이 속속 전달됐다. 야구를 대하는 베테랑 투수의 자세도 김광현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위기의 김광현을 물심양면 도운 은인 웨인라이트.
그가 세인트루이스로 돌아온다. MLB.com 등 29일 현지 보도에 따르면 800만 달러 규모의 1년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다. 자칫 무산될 뻔 했던 복귀가 극적으로 성사됐다.
2005년 빅리그 데뷔 후 지난 16년 간 세인트루이스에서만 167승(98패, 평균자책점 3.38)을 거둔 대투수. 존재만으로 김광현에게 도움이 되는 멘토 같은 선수다.
웨인라이트의 귀환. 빅리그 2년 차, 비상을 꿈꾸는 김광현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소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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