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오늘은 꼭 승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주 KCC와 안양 KGC의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4라운드 경기가 열린 지난 31일 전주실내체육관. 늘 흥겨워야 할 프로 경기장이지만, 이날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경기 전 행사가 진행됐다.
이유가 있었다. 하루 전 정상영 KCC 명예회장이 별세했기 때문이었다. 고인이 된 정 명예회장은 지금의 KCC 농구단이 명문 구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이다. 농구 사랑이 각별했다. 고인은 30일 KCC가 고양 오리온에 승리하며 2연패를 끊은 후 눈을 감았다.
슬픔을 딛고 정해진 스케줄은 소화해야 하는 게 프로의 숙명. 곧바로 홈 전주에서 KGC전을 치러야 했다. 경기 전 인터뷰실에 들어온 KCC 전창진 감독은 매우 수척한 모습이었다. 전 감독은 "왜 한국 농구 인기가 이렇게 떨어졌느냐 늘 질문을 하셨다. 이렇게 한국 농구를 걱정하고, 그 걱정에 투자하시고, 선수들을 위해 바쁘신 시간을 내주신 분이 또 누가 계실까 생각한다. 연승을 하면 직접 오셔서 선수들 고기를 사주셨다.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신 분이기도 하다.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전 감독은 이어 "우승컵을 다시 안겨드리지 못해 안타깝다. 가시는 길 편안할 수 있게, 오늘 경기를 잘 치르는 게 중요하다.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다. 오늘 꼭 승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KCC 구단은 경기 전 고인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준비했다. 화려한 선수단 소개도 생략하고, 차분하고 간소하게 경기 시작을 알렸다. 흥을 북돋우는 치어리더들도 이날 경기장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홈팀 공격 때 울려퍼지던 신나는 음악 소리도 없었다. 선수들이 서로에게 외치는 '콜' 소리만 가득찼다.
KCC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전원은 검정색 근조 리본을 가슴에 달고 경기에 나섰다. 선수들은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게 유니폼 왼쪽 어깨에 검은 리본을 착용해 고인을 애도했다.
전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그리고 선수단 대표 1~2명이 경기를 마치고 1일 빈소를 찾아 조문할 예정이라고 KCC 관계자는 밝혔다.
전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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