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확장, 선택일까 필수일까?'
많은 국내 게임사들이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이외의 사업확장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역설적이게도 많은 수혜를 입은 대형 게임사 위주로 그 행보가 더욱 본격화 되고 있다.
회사별로 각자의 방향성과 특장점에 따라 그 분야는 상당히 다양하다. 물론 이로 인해 핵심가치인 게임 개발이나 퍼블리싱이 자칫 소홀해 지거나 경쟁력을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반면 융합이 대세가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자신들의 본업 이외의 미래 성장 동력을 밖에서 찾아보겠다는 생존 전략이라는 현실론도 강하게 제기된다. 결국 중장기적으로 얼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인 가운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플랫폼이 만들어질지 주목된다.
▶즐거움을 한데 모아
엔씨소프트는 K팝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인 '유니버스(UNIVERSE)'를 지난 28일 글로벌 134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다양한 온오프라인 팬덤 활동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으로, 자체 보유한 IT 기술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MV(뮤직 비디오), 예능, 화보, 라디오 등 독점 콘텐츠를 제공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와 팬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 FNS, 아티스트 관련 영상 및 팬아트 등을 제작하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의 기능을 선보인다. 또 아티스트가 직접 작성한 메시지를 받아보거나, 아티스트가 참여해 개발한 AI보이스로 원하는 시간과 상황에 전화를 받을 수 있는 프라이빗 메시지 및 콜, 팬덤 활동을 기록하고 보상을 받는 컬렉션, 아티스트가 모션캡처, 바디 스캔에 참여해 만든 캐릭터를 꾸미고 캐릭터를 활용해 MV를 제작할 수 있는 스튜디오 등도 마련된다.
엔씨소프트는 이미 '피버 페스티벌' 등을 통해 음원, 공연 사업 등을 진행해 왔고, 최근 수년간 엔테테인먼트 전문 인력을 보강하면서 이를 준비해 왔다. 게임을 비롯해 다양한 엔터 콘텐츠를 한 곳에 모은 플랫폼에서 팬들이 한데 모여 즐기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네이버가 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유사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것에 대항해, CJ E&M과 콘텐츠 및 플랫폼 구축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최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자사의 AI(인공지능)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이를 더욱 발전시키는 계기도 될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가 글로벌 히트작인 '서머너즈 워' IP의 세계관 완성판인 '서머너즈 워 유니버스'도 궁극적인 플랫폼 구축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활용해 코믹스, 소설, 애니메이션 그리고 궁극적으로 영화까지 만들어 함께 즐기게 만들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그 첫번째 단계로 지난해 특별 한정판을 선보인데 이어 코믹스 시리즈 '서머너즈 워: 레거시'의 정규 첫 편을 4월에 출간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과의 접목
게임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관심을 갖는 분야는 블록체인 기술,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암호화폐 거래이다.
유저들이 보유하고 있는 특정 게임 아이템들은 다른 게임에선 당연히 무용지물이다. 일종의 자산이라 할 수 있는데, 이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객관적인 가치 수단으로 만든 후 다른 게임에서도 얼마든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게임머니와 아이템 거래에 익숙한 유저들에겐 거의 거부감이 없지만, 국내에선 이에 대한 재산권 행사와 현금화 등에 대한 법적인 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고 있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들은 일단 해외에 먼저 선보이고 있다.
위메이드 자회사 위메이드트리가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위믹스'를 통해 3종의 신작을 출시했고, '위믹스 토큰'을 국내외 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엠게임은 '귀혼' '프린세스메이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또 카카오게임즈는 블록체인 기술사인 웨이투빗을 관계사로 편입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넥슨의 지주사인 NXC라 할 수 있다. 이미 국내외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빗과 비트스탬프를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을 약 5000억원을 들여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이를 본격화 하고 있다. 당분간은 매출 다각화라 할 수 있지만, M&A의 귀재인 김정주 NXC 대표가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기존 사업과 접목을 꾀할지는 분명 지켜볼 대목이다. 이에 앞서 넥슨은 지난해 12월 신한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게임과 금융을 결합한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넥슨을 비롯해 게임사들이 보유한 빅데이터와 AI 기술에 대한 다른 산업군의 관심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종 분야로의 진출
아예 다른 분야로의 진출도 증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는 코웨이를 인수한 넷마블의 행보다. 렌탈사업을 주로 하는 코웨이의 대주주가 되면서 과연 어떤 시너지 효과가 만들어낼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넷마블에서 투자전략을 담당한 국제 변호사 출신 서장원 부사장을 이달 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코웨이 각자 대표로 승격시킨 것은 분명 주목할 만 하다.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 글로벌 진출에 관한 미래전략 등을 전담할 예정인 가운데, 렌탈과 같은 '구독경제'가 게임 비즈니스 생태계에도 충분히 반영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완전히 다른 분야라고 할 수는 없지만 컴투스가 지난해 8월 설립한 벤처캐피탈 회사인 크릿벤처스도 신사업 중 하나이다. 주로 대형 게임사들이 주도한 상황인데, 중견 회사인 컴투스도 뛰어든 셈이다. 이전에도 다양한 유망 게임사를 발굴, 인수나 지분 투자 등을 활발히 진행했는데 아예 회사를 만들어 게임 이외의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면서 회사의 가치를 올려보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