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올 시즌 목표는 '노시환 타도'다."
한화 이글스 야수 최고참인 이성열의 다짐이다. 까마득한 후배의 이름을 거론하며 '목표'라고 밝히는 그의 얼굴엔 웃음기는 없었다.
이성열에게 2020년은 지우고 싶은 기억이다. 타율 2할3리, 8홈런 34타점, 출루율 0.270, 장타율 0.330으로 '커리어 로우'였다. 18연패 등 최악의 부진을 겪는 팀에서조차 자지를 잡지 못한 채 1, 2군을 오가는 시간을 보냈다. 2년 총액 14억원의 FA계약 첫 해는 그야말로 악몽이었다.
지난 시즌을 마친 한화가 베테랑 선수를 대거 정리하는 모습에 이성열의 마음도 편할 리 없었다. 이성열은 4일 거제 하청스포츠타운에서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선배들이 1년 먼저 가신 것 같다. 언젠가 나도 순서가 올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나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선 지난해 부진했던 것을 반복하지 않고 올해 잘 해야 한다. (실력을) 보여줘야 할 임무가 있다"고 말했다. 2군 시절을 두고도 "(2군에서) '머리가 맑아진다'는 것은 잘 하는 젊은 선수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머릿 속이 복잡하고, 연차가 되서 2군에 가니 굉장히 빡빡하더라"며 "2군 생활은 젊어서 하는 것이지, 나이 먹어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더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서산에 있던 시간이 내게는 마지막 도약의 기회를 가진 시간 아닐까 싶다. 부진을 반복하지 않고 팀에 플러스 요인을 만들기 위해 더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분하게 각오를 밝히던 이성열은 "지금 말하면 우스울수도 있겠지만..."이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뗀 뒤 "아마 노시환이 올해 자주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낼 것 같다. 나도 노시환만큼 준비를 해서 '노시환 타도'를 목표로 잡아야 할 것 같다. 노시환만큼 나가야 팀이 강해지고 성적도 날 듯 하다"고 말했다. 또 "노시환이 야구장에서 유쾌하고 성격이 좋은 친구다. 야구하는 모습을 보면 예쁘다는 생각도 든다"며 "감독님 말씀을 보니 라이온 힐리가 4번 타자로 정해졌다고 하던데, 노시환도 (주전이) 정해진 것 같다. 노시환처럼 안 다치고 꾸준하게 경기에 나서야 기록도 나올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짓게 했다.
많은 베테랑이 떠난 가운데 이성열은 개인의 반등 뿐만 아니라 주장 노수광을 도와 팀 분위기를 꾸려가야 하는 중책도 맡고 있다. 이성열은 "야구를 오래 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그런 역할을 맡게 됐다. 야구 선배이자 형으로 후배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며 "야구장에 오래 남아 동생들과 즐겁게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 뿐"이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눈치를 보며 야구를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정말 재미있고 활기차게 하고있다"며 "선배 이전에 한팀으로 좋은 모습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했다. 노수광을 향해선 "'때론 주장이 아니라는 생각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주장 홀로 팀을 이끈다고 생각하면 너무 힘들다. 야구를 잘해야지, 주장을 잘하는 선수가 되선 안된다"며 "나는 베테랑, 선배보다 형으로 좋은 모습을 보이고 팀을 잘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열은 "감독님이 강조하는 신념의 뜻을 100% 이해하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다보면 반전 있는 야구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우리 팀이 약하다고 하지만, 더 떨어질 곳도 없다.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 좋아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활약을 다짐했다.
거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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