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드라마 속 악귀를 연상케하는 '현실악역'이었지만, 정원창(33)은 '경이로운 소문'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준 청년이었다.
OCN '경이로운 소문'(김새봄 극본, 유선동 연출)은 악귀 사냥꾼 '카운터'들이 국수집 직원으로 위장해, 지상의 악귀들을 물리치는 통쾌하고 땀내나는 악귀타파 히어로물. 그중 정원창은 신명휘(최광일) 중진시 시장의 아들인 신혁우를 연기하며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는 극악무도 일진으로 활약했다.
오디션 당시에는 지청신(이홍내) 역할을 받았었다는 그는 "지청신으로 오디션을 보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보자고 하시더라. 그래서 '나 좀 애매하게 했나, 부족하게 했나' 싶었는데, 혁우 역할로 다시 오디션을 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난 이제 이걸 해야겠다'는 마음에 옷도 젊어 보이게 입고 갔는데 그 자리에서 웅민(김은수)이를 만났고 '서로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전체 리딩에서 다시 만나서 정말 기뻤다. 저희가 시작부터 잘 맞았고 좋았구나 싶었고 오디션장에서 함께 상상했던 모습들이 1회부터 5회까지 괴롭히고 괴롭힘을 당하는 신에서 많이 녹아났다"고 말했다.
'30대의 고등학생 연기'는 그에겐 부담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즐거운 포인트였다. 극중 정원창의 모습이 영락없는 고등학생으로 느껴진 데에는 그의 노력이 있었다. 정원창은 "배우들과 나이차이는 염려를 했었지만, 혁우라는 악역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컸다. 그런데 실제로 '현타'(현실 자각)가 왔을 때는 첫 촬영에 실제 고등학교에 갔는데 진짜 고등학생들이 있던 거다. 교복이 아닌 편한 복장으로 있는데도 저 친구들은 '누가 봐도 학생이다'라는 생각이 드는 친구들이었다. 그런 친구들이 있는데, 제가 교복을 받아 들고 옷을 갈아입으러 가면서 '나 고등학생 아니지. 실제 고등학생은 저렇게 젊고 싱그럽지'라고 생각하면서 걱정을 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극중 동갑으로 등장하던 이지원(임주연 역)과 15살이 넘는 나이 차이도 '현타'였다. 정원창은 "지원이에게 고마운 것이 촬영을 할 때만큼은 그 역할로 보였다. 제가 주연이에게 욕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걸 할 때마다 나이 많은 아저씨에게 한 소리 듣는 아이가 아니라 힘있는 동급생이게 한 소리를 듣는 역할로 몰입이 되더라. 그렇게 잘 표현해주고 제가 맞는 신에서도 '도와줘도 XX이야'라고 하는 걸 보면 어리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방송 후에는 정원창의 실제 나이를 보고 '놀랐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정원창은 "유튜브 댓글이나 클립을 보는데 그 때마다 '혁우 나이 실화? 머선(무슨)일이고'라는 반응이 있는데 좋았다. 보고 싶은 거만 보니 '어리게 봐주시는구나'라고 생각하고 감사했다. 그러다 눈에 '교생 아님?'이라는 반응이 보이면 눈을 감아버렸던 거 같다. 최대한 어려보이려고 아이크림을 발랐다. 또 촬영 중에는 영화 '샤크'를 같이 찍고 있을 때라 그런지 액션이 많아 살이 빠졌는데, 아버지도 그 장면을 보시면서 '야위어 보인다'고 하셔서 '내가 좀 더 나를 돌봐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극중 '공식 나쁜놈'이었기에 유독 힘을 써야 하는 장면들도 많았다. 정원창은 극중 웅민으로 등장하는 김은수를 때리고 머리채를 잡는 역할을 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촬영했다고. 그러나 김은수의 "각오했다. 머리 잡아도 된다"라는 말이 힘을 줬다고 했다. 정원창은 "악역으로서 폭력을 행사할 때의 부담감은 상대에게 힘을 가해야 한다는 건데, 맞춰 주는 (조)병규나 은수가 그런 부분에서 배려를 해줬다. 병규는 10부에서 가슴을 차이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걸 진짜로 찼던 거다. 발바닥에 발로 차는 느낌이 그대로 남을 정도였는데도 '괜찮다'면서 '배에 힘을 주면 안 아프니 해도 된다'고 해서 정말 고마웠다"고 했다.
시청자들의 '욕받이'가 되기도 했다. 정원창은 "욕도 먹다 보니 괜찮더라"며 "처음엔 욕을 먹고 무섭기도 했다. 남들과 대외적으로 뭔가 소통하며 사는 사람이 아닌데 혁우란 인물을 연기한 저를 보고 욕을 하는 분들도 계시더라. 그런 것에서는 놀라기도 하고, 조심스럽기도 했는데 이게 나를 욕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혁우로서 이분들이 극에 몰입할 수 있게 잘 수행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욕을 먹더라도 어떻게 하면 더 욕을 많이 먹을 수 있는지 생각도 했고, '학교 내에서는 내가 제일 나쁜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캐릭터로서 욕을 먹는 것도 동력이 되고,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또 제가 소문이를 때는 시청자 분들이 '소문이 때리지 마!'라고 하셨는데, 그것도 참 재미있었다. 소문이가 맞는 게 마음이 아프셨던 거 아니냐. 그런 걸 보니 '아유 미안해요. 대본에 있는데 해야지'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나는 4회에서 끝인 줄 알았다"던 정원창의 활약은 최종회까지도 이어졌다. 그는 "원작과 내용이 다르게 갈 거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던 건데, 혁우가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혁우는 아름답게 소문이를 각성시키고 나오는 정도의 인물이면 될 거고 '나는 4회구나. 고생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8부에 '짠'하고 나오더라. 지청신이 '또 보자'면서 내 옷을 가져가기에 '왜 가져가지'하고 상상했는데 나중에 대본이 나왔을 때 제가 악귀의 숙주가 된다는 것을 알고 좋았다. 추여사(염혜란)의 대사에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스토리도 있었다고 생각했다. '유럽에선 숙주를 갈아탄다'고 했는데, 악귀가 몸에 들어온다는 것은 상상을 못했는데 악귀가 저에게 들어온다는 대본을 보고 저도 놀랐다"고 말했다.
높은 인기를 얻은 작품에 등장한 덕분일까. 정원창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드라마 시작 전보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배 늘어나 것. 정원창은 "3천명에서 3만명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배나 늘었다. 하루 하루 정말 많이 늘더라. 그만큼 혁우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주셨다고 생각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2009년 연극 '모두들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로 데뷔한 이후 긴 무명생활을 거쳐왔던 정원창은 '경이로운 소문'으로 도약할 에정이다. 그는 "'사랑의 불시착'처럼 우리가 아는 시간과 공간이 다 바뀌는 연기를 해보고 싶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창조해야 하는 인물을 만난다면 더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맡고 싶고, 인물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는 순간이 괴롭고 힘들지만, 그것을 해냈을 때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재미있고 즐겁다. 앞으로 어떤 인물이나 역할을 맡게 될지 모르지만, 매번 신기한 것들을 해보는 재미를 찾아갈 것"이라는 바람을 전했다.
'경이로운 소문'을 마친 정원창은 영화 '샤크'의 개봉도 기다리고 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