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엔트리 탈락, 끝이 아니다."
물은 고루 스며든다. 조용히 대지를 적시면서 점점 더 낮은 곳으로 흐른다.
LG 트윈스 류지현 감독의 섬세한 '물의 리더십'이 선수들의 마음 속에 스며들고 있다. 선수는 물론 아내 생일까지 챙긴다. 가정을 세밀하게 돌볼 수 없는 남편 선수들. 감읍하지 않을 수 없다.
시즌도 시작하지 않은 초보 감독. 하지만 리더십은 초자가 아니다.
선수 하나하나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형님 리더십 속에서도 원칙만은 확고하다. '이름 값이 아닌 실력' 원칙이 또렷하다.
치열한 2루수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답이 나와있는 게 없다. 계속 보고 있다. 누가 낫고 주전이고 하는 개념이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고 단언했다. 5명이 경합중인 외야에 대해서도 "우리 팀에 맞게 운영을 해나가다 보면 주전급 선수들이 더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을까 싶다. 공존하는 가운데 상대팀에 따른, 또 우리 팀 컨디션에 맞는 선수들을 적절히 쓰는 것이 스텝의 역할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한다.
철저한 원칙 하의 공정한 경쟁 유발. 선수단 내 긴장의 끈이 팽팽하다. 보이지 않는 경쟁의 휘발성. 작은 불씨 하나에도 활활 타오를 지경이다.
모든 경쟁의 결말, 끝자락에서 희비가 엇갈린다. '플레이 온'과 '일시정지'가 공존한다.
류 감독은 후자에 주목하고 있다.
"프로 팀 엔트리는 정해진 숫자가 있어 어쩔 수 없이 탈락하는 선수가 나오죠. 사실 개막 엔트리가 시즌 전체 성패를 결정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캠프에서 열심히 준비했다가 정작 개막 엔트리 못 들었을 때 느껴지는 실망감을 감추긴 힘들어요. 저는 그동안 너무 많이 지켜봤기 때문에 잘 알죠. 이 선수들의 실망감을 제가 어떻게 최소화 하고 (1,2군) 로테이션을 통해 순환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봐요."
선수 개개인에게는 정말 중요한 문제. 류 감독에게도 무척 중요한 문제다.
출발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될 선수들. 단지 '결정과 통보'로만 마침표를 찍을 생각은 없다.
"정신적 부분에 대한 준비를 잘 시키는 것이 중요해요. 엔트리 결정되면 탈락한 선수들을 만나보려고요. 진짜 제 마음을 전달하고 싶어요. 당장은 실망스럽겠지만 앞으로 내다보고 준비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여기까지 오롯이 류 감독의 진심이다. 1,2군 간 건강한 순환이 없는 팀에 미래는 없다. 결코 강팀이 될 수 없다.
시련 없이 단단해질 수 없다. 선수에게 엔트리 탈락이란 삐걱거림은 더 나은 선수를 향한 숨 고르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퇴역 중령 슬레이드(알 파치노)는 실수를 걱정하며 망설이는 여인에게 탱고를 청하면서 이야기 한다. "탱고에는 실수가 없다. 실수하면 스텝이 엉키고 그것이 바로 탱고"라며 플로어로 이끈다. 그리고 여인에 맞춘 유려한 움직임으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박수갈채를 이끌어낸다.
실패를 두려워 하면 어떤 시작도 할 수 없다. 인생도, 야구도 마찬가지다.
기나긴 여정. 누구나 스텝이 엉킬 때가 있다. 계속 스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파트너만 있으면 된다. 손을 잡아줄 지도자의 존재 이유이자, 역할이다.
'원 클럽맨' 류지현 감독이 트윈스 선수들과 함께 2021 시즌 멋진 탱고를 꿈꾸고 있다. 'Shall we dance?'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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