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연기 번아웃, 그럼에도 포기 할 수 없는 연기가 주는 행복이 있죠."
최교수(손병호)에 의해 최면 체험을 하게 된 도현(이다윗)과 친구들에게 시작된 악몽의 잔상들과 섬뜩하게 뒤엉킨 소름 끼치는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 영화 '최면'(최재훈 감독, ㈜더프라이데이픽처스 제작). 극중 도현 역을 맡은 이다윗이 18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를 통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2003년 KBS 드라마 '무인시대로' 데뷔,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연기력을 인정 받은 이후 최근까지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영화 '사바하' '스윙키즈' 등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선보여온 이다윗.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불안한 인물의 내면을 밀도있게 그려낸다.
극중 그가 연기하는 도현은 인긴 심리에 관심히 많은 영문학과 학생으로 교수의 부탁으로 최면으로 정신 치료를 받는 편입생 친구를 만나게 되고 이를 계기로 최면을 직접 접하게 된다. 이후 눈앞에 자꾸만 환영이 보이게 되고 절친한 친구들조차 이상행동을 보이자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이다윗은 '최면' 첫 인상에 대해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작은 호기심에서부터 이 이야기를 감독님과 만들게 됐다"는 이다윗은 "최면이라는 이미지가 정해진 게 없지 않나. 감독님께서 '알 수 없는' 최면의 이미지를 영화 속에서 멋있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 과연 사람이 최면에 빠졌을 때 무엇을 보길래, 최면을 통해 전생도 보고 과거를 보게 되는 걸까. 그런 것들을 어떻게 이미지로 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최면을 통해 겪게 되는 극중 도현의 불안한 심리 표현이 쉽지 않았다는 이다윗은 "힘들고 어려웠다. 대본을 볼 때는 불안한 감정이 점점 고조되어 가는 느낌이었는데 현장에서는 순서를 뒤죽바죽 촬영하니까 그 심리는 내가 잘 쌓아가고 있는건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굉장히 짧은 촬영 기간이었는데, 내내 엄청 긴장해 있었다"고 전했다.
학교 폭력 왕따 괴롭힘 등의 주제를 담고 있는 '최면'. 이다윗은 "감독님께서 이 작품을 통해 처음부터 '죄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셨다. 이 영화를 보고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과연 나는 과거에 나도 보르게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았었나'라는 것이다. 저 또한 촬영을 하면서 문득 문득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어제 스쳐지나간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내가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을텐데 나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스스로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였다"고 말했다. 이에 "스스로 돌아본 과거는 어땠냐"고 묻자 "친구들하고 엉뚱하게 놀았던 기억이 많이 난다. 그래도 그때 제 신조가 '어떤 장난을 치더라도 범법행위는 하지 말자'였다. 실수로 자전거를 타다가 고속도로까지 나간 적이 있는데, 그때 경찰 아저씨께 혼난 적은 있다. 그외에는 어떤 범법행위도 한 적이 없다"고 답하며 웃었다.최근 연예계 전반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이슈가되는 학교 폭력 이슈가 뜨거운 지금, 시의적절한 주제를 담고 있는 '최면'. 이다윗은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지금의 사회적 이슈들과 연관이 없진 않는거 같다. 여러모로 이런 이슈가 나온다는 게 안타깝다. 뭐든 진실은 당사자들만이 알고 있겠지만 이런 이슈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전했다.
벌써 연기 경력 19년차의 이다윗은 '최면'을 통해 많은 신예 배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것에 대한 어려움은 없냐는 질문에 "신인 배우분들이라서 어렵다기 보다는, 극중에서 우리가 모두 친한 친구들로 설정돼 있는데 우리끼리 가깝지 못하고 친해지지 못하면 안되니까, 초반의 어색함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다들 착해서 금방 친해졌다. 그래서 재미있게 촬영을 했다. 다들 또래서 장난도 많이 쳤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다윗은 극중 도현에게 많이 의지하는 현정 역을 맡은 아이돌그룹 베리굿의 조현의 열정에 대해 말해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조현이가 영화를 찍기 전에 감독님과 가장 많이 만나 상의하고 연기 공부를 했다. 아무래도 연기 경험이 적다보니까 본인도 굉장히 긴장을 해서 감독님과도 엄청 많이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님께서 '조현이는 일주일에 한번씩 매일 나와 연습하고 있다'고 하더라. 조현이가 연기에 굉장히 열정적이다. 리딩 할 때도 다른 사람 대사까지 계속 중얼거리면서 연습하더라. 굉장히 연기를 좋아하는 친구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조현 뿐만 아니라 김도훈, 남민우까지 후배 배우들의 열정에도 감탄했다. "조현, 도훈, 민우 세 명에게 공통적으로 느낀건, 정말 세 사람 모두 정말 뜨거웠다는 거다. 항상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힘이 넘쳤다. 쉬는 날에도 서로 연락을 하고 전화를 하고 의견을 많이 나눴다. 제가 촬영이 없을때 촬영장에 보러 갔었는데 제가 스스로 부끄러워질 정도로 열심히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다윗은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진행했던 '최면' 촬영이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코로나19로 인해 장소 섭외도 어려웠다. 그래도 그때는 다행히 5인 이상 집합 금지 상황은 아니었다. 다만 촬영 여건이 어려웠다. 촬영을 하기로 했던 곳이 촬영 취소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저는 직업이 배우니까 이 시국에도 일을 해서 영화를 개봉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이 시국에 영화를 개봉하는게 물론 아쉬운 마음도 있다. 극장으로 영화를 보러 와달라는 말을 하기도 조심스럽다. 그런데 또 공포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그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다윗은 이날 인터뷰를 통해 이번 작품을 하며 유난히 책임감과 중압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이전 작품에서는 제가 좀 기댈 수 있는 선배님들이 계셨는데, 이번 영화는 이야기의 흐름이 도현이 중심으로 친구들이 끌고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제가 기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서이숙 선배님이나 손병호 선배님과 촬영하는 날이면 마음이 확실히 편했다"고 말했다.그리고는 19년 연기 생활 동안 번아웃이나 정체기가 온 적이 있냐는 질문에 "솔직히 요즘이 번아웃 시기인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어떤 작품을 했고 안 했고를 떠나서 연기에 대한 무게감이 가장 큰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주연을 맡고 이런 걸 떠나서 최근 들어서 연기가 나에게 무섭게 다가오더라. 어떤 현장에서 간단한 대사 한 마디를 뱉는데 너무 어려운 적이 있었다. 확신이 서지 않고 '이렇게 하는게 맞나' '다른 사람은 다 하는데 나는 왜 이럴까'라는 마음이 계속 든다. 아직까지는 번아웃을 아직 다 극복은 못한 것 같다. 번아웃 느낌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른 일을 해보기도 해야겠다는"고 말했다.
이에 '어떤 다른 일'을 하고 싶은지 묻자 "지금 가장 해보고 싶은 일은, 드라마나 영화 현장에 자주 보내는 커피차 있지 않나. 그 커피차 운영을 해보고 싶더라. 왜 그런지 모르는데 요새 그게 그렇게 하고 싶더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연기에 대한 여전한 애정을 전하며 "연기가 주는 행복의 농도가 너무 진하다. 그 행복을 위해 견뎌야 하는 것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그 행복감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기분인 것 같다. 정말 굉장한 배우 선배님들이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거라고 하시는데, 그 말을 실감하고 있는 것 같다. 연기라는 것을 짝사랑하는 기분이다"며 웃었다.
한편, '최면'은 영화 '검객'(2020)을 연출한 최재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이다윗, 조현, 김도훈, 남민우, 김남우, 손병호, 서이숙 등이 출연한다. 오는 24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사진=㈜스마일이엔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