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벤투호는 한일전의 무게를 알고나 있는 걸까. 예견된 참사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 A매치 친선경기에서 일본에 압도당하며 무기력하게 0대3으로 완패했다. 2011년 삿포로 참사(0대3 패) 이후 10년만에 적지에서 또 한번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은 소집명단 발표 기자회견과 한일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한일전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느낌적인 느낌'으로만 한일전의 무게를 느꼈던 걸까. 결과적이지만, 그 무게감을 잘 몰랐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준비 과정, 전술 등 많은 면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리그 경기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손흥민(토트넘)과 소속팀과 차출 협의가 쉽지 않았던 황희찬(라이프치히) 등 주전급 유럽파를 '일단' 소집한 것부터가 문제였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댔다. 이번 기회에 더 다양한 자원을 살펴볼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윤빛가람(울산 현대) 엄원상(광주FC) 주세종(감바 오사카)이 부상 및 코로나19 확진 판정으로 빠지면서 스텝이 더욱 꼬였다.
국내파를 소집하는 과정에서 울산, FC서울 등 K리그 구단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축구를 잘 안다는 이유로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 선수를 대거 발탁한 것을 두고 많은 관계자들이 의아해했다. 국민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일본 원정길에 올랐어야 할 벤투호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곱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경기장에서 고스란히 졸전으로 드러났다. 발렌시아에서 요코하마로 장거리 이동해 몸이 무거운 상황에서, 무게감이 남다른 한일전에서 평소 익숙지 않은 최전방 공격수로 깜짝 선발출전한 이강인(발렌시아)은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 채 하프타임에 교체됐다. 이동준(울산) 남태희(알 사드) 나상호(서울) 등 작고 빠르고 기술좋은 2선 자원들은 일본의 2선 미드필더와 달리 상대를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주도권을 내줬다.
믿었던 수비수 김영권(감바 오사카)마저 불안감을 노출했다. 전반 10분 상대에게 골대를 맞는 슛을 허용하며 불안감이 고조되던 16분, 우려한대로 선제골을 내줬다. 주장 김영권이 위험지역에서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했다. 이 기회를 틈타 오사코 유야가 힐패스로 야마네 미키에게 공을 연결했다. 야마네가 골문 상단을 노리고 찬 공이 조현우(울산)를 넘어 골망을 흔들었다. 당황한 한국은 27분 추가골을 내줬다. 이번에도 실수가 빌미가 됐다. 상대진영에서 공이 너무 쉽게 넘어왔다. 공을 잡은 가마다 다이치가 박스 안 우측 대각선 지점에서 때린 오른발 슛이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은 전반 37분에야 나상호가 첫 슈팅을 쏠 정도로 전반 내내 끌려다녔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이정협(경남FC)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를 투입하며 전술에 변화를 준 '벤투호'의 상황은 후반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미나미노 타쿠미와 에사카 아타루에게 연속 슈팅을 허용했다. 페널티 박스와 가까운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어 데드볼에서 만회골을 노렸으나 여의치 않았다. 27분에는 베테랑 중앙 미드필더 정우영(알 사드)이 부상으로 들것에 실려나가는 악재가 더해졌다. 김승규의 선방으로 버티고 버텼지만 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엔도에게 추가골을 내줬다. 한국은 10년 전 삿포로 참사 때와 같은 0대3 스코어로 패했다. 벤투 감독은 이번 패배로 부임 3년만에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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