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아무리 봐도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야구는 '스몰볼'에 가깝다. 작전을 많이 걸고, 투수 교체도 반 박자 빠르다. 특히 수비 시프트를 자주 과감하게 쓰면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수원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개막전에서 한화는 2대3으로 패했지만,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올시즌 최하위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임에도 불구,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라는 걸 첫 경기에서 보여줬다. 수베로 감독이 사령탑 취임식에 밝힌 '리빌딩'의 방향이 공수주 곳곳에서 묻어나왔다.
가장 눈에 띈 건 수비 시프트. 모든 KT 타자들에게 시프트를 건 것 아니냐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한화 야수들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좌타자 조일로 알몬테와 강백호가 들어설 땐 왼쪽 그라운드를 거의 비웠다. 좌우 뿐만 아니라 전후 움직임도 아주 구체적이었다.
시프트(shift)는 보통 타구의 방향을 예측해 야수들의 수비 위치를 정상 범위 밖으로 옮기는 걸 말한다. 아웃 확률을 높이자는 것인데, 풍부한 데이터가 바탕이 돼야 한다. 또한 투수도 야수들의 움직임을 감안해 볼배합을 짜고 코너워크를 구성해야 한다. 선수들의 적응력이 관건이다.
수베로 감독은 "올시즌 시프트를 적극 사용할 것"이라며 "선수들의 적응도는 80~90% 정도다. 이제는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는 상태다. 잘못된 부분은 모니터링을 통해 조정하면 된다"고 했다. 이날 KT전에서 시프트가 어느 정도 성공했는 지 알 수 없으나, 야수들이 생각대로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수베로 감독은 이날 경기전 선발투수 김민우의 투구수를 최대 90개라고 밝혔으나, 실제론 5이닝 77개에서 끊었다. 2-2 동점이던 6회말 김민우를 우완 김진영으로 교체했다. 김민우가 5회말 21개의 공을 던지며 2실점했기 때문에 힘이 떨어졌다고 본 것이다. 김진영은 6회를 삼자범퇴로 막았고, 7회 1사까지 처리한 뒤 강재민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강재민은 8회 2사후 황재균에게 중전안타를 내주고 김범수로 교체됐다. 김범수가 9회 2볼넷을 허용한 뒤 배정대에게 끝내기 안타를 맞으면서 마무리 정우람을 너무 아꼈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투수교체는 대체로 적절했다는 평가다.
수베로 감독은 1점차 승부라고 여겨지자 7회와 9회 공격에서는 선두타자가 출루하자 곧바로 번트 지시를 내려 1사 2루로 득점권을 만들었다. 후속타 불발로 득점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필요하면 번트 작전을 언제든 펼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한화는 선수들 평균 연령이 25.6세로 10개팀 가운데 가장 어리다. 지난 시즌 후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나갔고, 새롭게 영입한 선수는 거의 없었다. 경험이 적은 선수들을 데리고 단기간 효과를 내기 위해선 감독의 간섭이 많을 수밖에 없다. 수베로 감독은 그게 리빌딩 과정이라고 여긴다.
이전 외국인 감독들은 대부분 선이 굵은 야구를 추구했다. 롯데 자이언츠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 시절인 2008~2010년, 3시즌 합계 팀 홈런과 팀 타율이 1위였다. SSG 랜더스는 2017년과 2018년 트레이 힐만 감독의 지휘 아래 각각 234홈런, 233홈런으로 한 시즌 팀 최다홈런 1,2위 기록을 세웠다. 선수들 특성에서 기인한다고 보면 수베로 감독의 색깔은 한화의 방향성과 닮았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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