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팬심은 냉정하다. 영광스러워야 할 기념식 순간, 관중석에서는 "우~"하는 야유가 나왔다. 이미 짐작했던 바다. 경기장에는 비난의 내용이 담긴 걸개도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대구FC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던 프랜차이즈 스타 정승원은 지금 야유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돌변한 팬심 앞에서 정승원은 속으로 다시 다짐했다. '그 마음, 돌려놓겠다'고.
정승원은 지난 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8라운드 성남FC와의 홈경기에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대구의 시즌 8번째 경기지만, 정승원에게는 시즌 첫 홈경기였다. 정승원의 올 시즌 출발은 순탄하지 못했다. 구단과 연봉 재계약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팀의 이적이 성사된 것도 아니었다. 어중간한 상태에서 구단과 감정 싸움이 불거졌다. 결국 초반 6경기에 나오지 못했다. 자칫 미아가 될 뻔했다.
그러나 정승원과 대구FC는 현실적인 선에서 합의를 도출했다. 여러 갈등을 일단 봉합하고 지난 달 말 재계약했고, 7라운드 포항과의 원정경기에 처음 출전하게 됐다. 이어 8라운드 홈경기에 시즌 두 번째 출격하게 된 것이다. 비록 초반 6경기에 빠졌지만, 정승원은 열심히 몸 상태를 만들어놨다. 이날 성남전에서도 풀타임을 소화하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비록 골은 터트리지 못했지만, 공격적인 움직임은 여전히 좋았다.
특히 이날 경기에 앞서 정승원의 통산 100경기 기념 시상식이 있었다. 선수 개인에게는 큰 영광이다. 하지만 그는 온전히 축하받지 못했다. 대구 서포터들은 구단과 계약 문제로 트러블이 생긴 정승원에게 크게 실망했다. 물론 정승원에게만 실망한 것은 아니다. 구단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경기 전 이런 비판의 내용을 담은 걸개를 걸었다. 이어 시상식 때도 정승원의 이름이 호명되자 야유가 나왔다.
하지만 정승원은 이런 모든 반응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성남과 0-0으로 비긴 뒤 만난 정승원은 "무엇보다 오늘 이기지 못해서 아쉬움이 많다. 포항전 때처럼 조금 더 뒷심을 완벽하게 발휘했다면 더 좋은 찬스가 나올 수 있었는데, 그런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의 차가운 반응에 관해 "팬들께서는 (나에 대해) 서운한 마음이 있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래서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 하려고 했다. (야유나 걸개비판 등을) 신경 쓰지 않으려 했는데, 그래도 조금은 신경이 쓰였다. 어쨌든 경기장에 들어가면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경기 내용을 잘 보여준다면 팬들의 마음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승원의 늦은 합류는 대구가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정승원은 팀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기꺼이 스스로를 던지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는 "지금 1승 밖에 없어 아쉽다. 내가 최대한 팀에 희생해서 승점 따내려고 노력하겠다. 내가 공격포인트를 많이 하고, 도움을 줘야 팀이 살아날 것 같다"며 "최대한 체력을 끌어올려 작년과 같은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팀이 잘 돼야 올림픽도 나갈 수 있다. 우선은 팀에서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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