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인으로서의 소인일까, 선을 넘어선 망발일까.
안경현 해설위원의 말이 큰 논란을 빚고 있다. 지난 10일 대전 두산-한화전 해설을 맡은 그는 한화가 1-14로 크게 뒤진 9회초 내야수 강경학이 마운드에 오르자 "완전히 넘어간 경기에 다른 투수를 허비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해한다. 근데 여긴 올스타전이 아니다"라고 운을 뗐다. 강경학이 첫 아웃카운트 잡은 뒤 한참 말이 없던 그는 투 아웃이 되자 "강경학이 아웃카운트를 잡는 것을 보고 한화 투수들이 이런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친다고 다 안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 볼넷 9개는 반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타자와 승부를 계속하던 강경학의 볼이 휘는 모습을 보며 체력 저하 문제를 짚은 뒤엔 "(강경학의 투구를 보며) 재미로 웃을 수도 있지만, 야수들 마운드에서 공 많이 던지면 팔에 부상이 올 수도 있다"며 "13점차 한 이닝 남았을 때 투수를 쓰기 싫은 마음이 있긴 있다. 저는 정규시즌에서 이런 모습은 안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경학은 이후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3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강경학의 부상 위험을 계속 지적한 안 위원은 페르난데스의 적시타가 터진 뒤엔 "정규시즌에서 한화 팬들에게 이런 경기를 보여줘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외야수 정진호가 강경학에 이어 등판할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본 뒤엔 "프로는 경기 끝날 때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야수가 (투수로) 올라오는 경기는 최선을 다한 경기는 아니다"라고 말한 뒤 "과연 입장료를 내고 이런 경기를 봐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저 같으면 안 본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강경학의 투구 초반 마운드에 선 그의 부상 위험, 이날 한화 투수들의 부진, 무기력한 경기력을 복합적으로 지적했다. 다른 투수들 대신 굳이 야수를 마운드에 올려 부상 위험을 자초해야 하느냐는 자신만의 소신도 어느 정도 담겨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한화가 실점을 계속하던 상황에선 수준 이하의 경기력에 대한 안타까움도 어느 정도 담겨 있는 눈치였다.
그러나 소신에도 정도는 있다. 그의 발언은 분명 선을 넘었다. 팀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벤치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도 관중석에서 끝까지 응원을 펼친 팬들의 노력을 모두 '가치 없는 것'으로 폄훼했다.
일각에선 안 위원이 메이저리그에서는 크게 벌어진 경기서 흔히 활용하는 야수의 투수 기용 문제를 지적하며 그가 '현대 야구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난도 한다. 배트 플립이나 사구 후 인사 문화 등 KBO리그만이 갖는 특수성을 고려할 때 빅리그의 잣대를 우선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두 똑같을 수 없는 해설 스타일을 고려할 때 안 위원의 발언은 백번 양보해서 그만의 소신을 강조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그 기준은 분석에 맞춰졌어야 했다. 다른 팀에 비해 불펜 투수가 부족한 한화의 엔트리나 수베로 감독의 독특한 팀 운영 방식을 지적했더라면 더 큰 공감을 얻었을 것이다. '여긴 올스타전이 아니다', '이런 모습은 안 봤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한 경기가 아니다', '저 같으면 돈내고 안 본다'는 등의 발언은 해설의 품위를 갉아먹기에 충분한 말들이었다.
안 위원은 작년에 "나는 광주를 못 간다. 가방에 항상 여권이 있다. 광주 가려고"라는 상식 밖의 지역 비하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팬들의 집중 포화를 당했고, 결국 해당 영상을 제작한 방송사가 사과문을 게재한 후 영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 위원은 이런 과거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 눈치다. 품위 없는 해설은 결국 소음공해일 뿐이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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