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내가 언제 140㎞를 던져보겠나(웃음)."
한화 이글스 내야수 강경학(29)은 유쾌했다. 팀을 위해 역할을 한 것에 만족하는 눈치였다.
강경학은 10일 대전 두산전에서 팀이 1-14로 뒤진 9회초 마운드에 올라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았으나, 3안타 2볼넷 4실점했다. 2011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16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내야수인 그가 마운드에 선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크게 뒤진 상황에서 불펜 자원을 아끼고자 했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선택이 영향을 끼쳤다. 수베로 감독이 "다른 야수들에게 '투수를 해본 적 있느냐'고 물었는데, 다른 야수들은 오래 전에 해봤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강경학은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가볍게 무리하지 말고 스트라이크만 던지라'고 주문했는데, 마운드에 오르니 강하게 던진 듯 하다"고 말했다.
강경학은 "어깨는 괜찮다. 이런 걸로 인터뷰를 하는게 쑥쓰럽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마운드에 올라가 가운데에 던질 수 있느냐'고 물으셔서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팀이 다음 경기를 위해 투수를 아끼려 하는 상황이었다. 팀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바람에 의견을 냈다. 그런데 마무리를 잘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중학교 시절 이후 처음 던져본 것 같다"며 "투구 후 감독님이 '만약에 다음에 또 올라가게 된다면 그렇게 세게 던질 필요가 없다'고 하시더라.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 흥분한 게 있었던 것 같다. 팀에 보탬이 되고자 했는데 못 던진 것 같아 미안하다. 민폐가 아니었나 싶기도 하다"고 했다.
이날 강경학의 최고 구속은 140㎞. 10년이 넘는 세월을 건너뛴 투구, 야수가 던진 공이라고 믿기 힘든 구위였다. 강경학은 "솔직히 120㎞ 정도 나올 줄 알았다. 야수가 마운드에 올라 얼마나 던지겠나 싶었다. 공 한 개를 던질 때마다 벤치에서 '오오~'하는 함성이 나오니 나도 모르게 무리를 한 것 같다. 크게 욕심내진 않는다. 언제 내가 140㎞를 던져보겠나. 좋은 추억이 됐다"고 웃었다. 페르난데스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3타점 적시타를 맞은 것을 두고는 "아마 투수의 마음은 아쉬웠을 것이다. 나는 그저 (임)종찬이가 '잡아줬으면' 하는 마음 뿐이었다"고 웃은 뒤 "마운드에 오르니 투수들의 마음을 좀 더 알게 되는 것 같다. 파이팅도 좀 더 내주면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답했다.
수베로 감독은 강경학이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은 뒤 외야수 정진호(33)를 마운드에 올렸다. 강경학은 경기 후 "(정)진호형도 나 때문에 길어졌으니 빨리 마무리를 하고자 했을 것이다. 경기 후에 '나도 세게 던져보고 싶었다'는 말을 하더라"고 밝혔다. 정진호가 이닝을 마친 뒤 공을 챙긴 것을 두고는 "나는 안 챙겼다. 이닝을 마무리한 게 (정)진호형이니 챙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수베로 감독의 파격적인 운영은 연일 화제다. 강경학은 "우리 팀의 문화가 바뀌고, 플레이가 바뀐 것이라고 본다. 메이저리그에서 하고 있는 야구를 우리가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여지껏 해보지 못한 색다른 야구를 하고 있다. 캠프 기간 충분히 적응했고, 감독님도 방향성을 설명해주며 왜 그렇게 하는 지를 이해시켜주셨다. 재미있고 긍정적인 면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고 믿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다음엔 타자로 이 자리에 다시 오겠다"고 유쾌한 마무리 멘트를 했다.
대전=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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