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지고 싶어하는 감독은 없다. 선수 기용은 철저하게 데이터가 기준이다. 선수에게 무슨 개인 감정이 있겠나. 나도 아이 키우는 아버진데,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어디 있나."
황당하다, 당황스럽다, 당혹스럽다, 멘붕이 온다. 13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허문회 롯데 자이언츠 감독이 스스로의 심경을 담아낸 표현들이다. 얼굴은 한마디로 흙빛이었다. 그는 "패배에 대한 책임은 내가 져야겠지만, 황당하다. 감독의 선택을 일일이 설명해야하냐"며 한숨을 토해냈다.
지난 11일 사직 키움전 얘기다. 롯데 1군에는 3명의 포수가 있다. 주전 포수는 김준태. 강태율은 수비형, 지시완은 공격형 포수로 분류된다. 하지만 2-3으로 뒤진 연장 11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마지막 타자 강태율은 범타에 그쳤다. 방송사 카메라에는 더그아웃에서 스윙 연습을 하는 지시완이 잡혔다. 지시완은 이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15명의 야수 중 유일하게 기용되지 않은 선수였다.
허 감독은 '사적인 감정이 개입된 선수 기용' 논란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성민규 단장과의 불화설도 전적으로 오해라고 했다. "자꾸 단장님하고 안 좋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감독과 단장은 한 가족 아닌가. 부부끼리도 의견은 안 맞을 수 있는 거고, 그게 불화는 아니지 않나. 잘하는 선수 대신 못하는 선수를 쓰려는게 아니다."
허 감독은 스스로를 '롯데의 선장'이라고 칭했다. 그는 "난 감독으로서 이기기 위한 선택을 했다. 우리 선수들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가 나와 이번주가 참 힘들 것 같다"라며 난감해했다. "이날 선수단 미팅도 안했다. 내가 멘붕이 왔는데 선수인들 그렇지 않겠나. 무슨 말을 하든 다 핑계처럼 들릴 것 같았다"면서 "선수들끼리 눈치보는 분위기가 돼 안타깝다. 이제 겨우 개막 7경기 했을 뿐인데…"라며 한숨도 쉬었다.
그러면서 "강태율은 작년에 좌투수 상대로 홈런도 쳤고, 데이터는 적지만 타율도 3할쯤(0.286) 된다. 2군 데이터도 좋다. 멘탈이 좋고 자신감이 넘친다. 배포가 두둑해 쉽게 주눅들지 않는다. 현재 기준으로 주전 포수는 김준태, 2번째 포수는 강태율이다. (스프링캠프부터) 2개월을 다시 지켜보고, 코치진 모두의 의견을 모아 내린 결론이다. 잘하는 선수가 나가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1군에 포수 3명을 둔 이유에 대해서는 "김준태의 출루율을 살리고, 대주자를 적극적으로 쓰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퍼즐을 맞춰가는 시즌 초에만 3명이고, 조만간 2명으로 줄이되 누가 내려갈지는 향후 결정하겠다는 것. 허 감독은 "당장 작년 1군 포수였던 정보근은 아예 2군에 있는데…"라며 답답해했다.
또 "나도 아이 키우는 아버지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게 있나. 선수 기용은 철저하게 데이터에 따라 공정하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수단이 믿고 따라오겠나. 팀의 수장이 그렇게 행동하면 팀이 무너진다. 팀 운영에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키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용납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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