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LG 트윈스 새 외국인 투수 앤드류 수아레즈가 지난 11일 잠실 SSG 랜더스전에서 8이닝 3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을 때 투구수는 87개였다. LG가 8회까지 1-0으로 앞서 구위가 떨어지지 않은 수아레즈가 9회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마무리 고우석이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수아레즈는 경기 후 "완봉승을 했다면 좋았겠지만, 체력적인 부분이 걸렸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하체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여름에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본인이 교체를 원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LG 벤치가 완투를 무리하게 밀어붙일 생각이 없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평생 한 두 번 할까말까 한 완투 혹은 완봉승 기회를 마다할 투수는 없다.
현대야구 마운드 운영 트렌드는 '불펜'에 모아진다. 요즘엔 선발투수가 100개 이상 던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류현진이 한 경기에 120~130개를 던진 2010년대 초반도 이제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다.
완투형 투수가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14일까지 열린 46경기에서 8이닝을 던진 투수는 수아레즈 밖에 없다. 시즌 첫 완투가 언제 나올 지 기다리는 게 흥미로울 정도다. 선발 로테이션이 이제 3번째 돌아가는 시점이라 이른 판단이기는 하나, 선발투수를 보호하고 불펜을 적극 활용하려는 경향이 시즌 내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투수 출신인 KT 위즈 이강철 감독, SSG 김원형 감독 뿐만 아니라 외국인 사령탑인 KIA 타이거즈 맷 윌리엄스 감독, 한화 이글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불펜 의존형에 가깝다. 윌리엄스 감독이 부임한 지난해 KIA에서 완투를 한 투수는 애런 브룩스 뿐인데, 그것도 우천콜드게임으로 거둔 5이닝 완봉승이었다.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LG 류지현 감독, 키움 홍원기 감독 역시 선발투수의 투구수 관리에 각별한 신경을 쓴다.
이제는 감독들에게 선발과 불펜의 투구이닝 분담 및 관리가 중요한 일이 돼버렸다. 선발진과 불펜진 모두 체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은 전력분석팀과 트레이너팀의 중요한 임무다.
이런 까닭으로 어쩌면 올시즌 전체 완투 기록이 10차례 미만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전체 완투는 총 10번으로 역대 한 시즌 최소 기록이었다. 10개팀 체제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완투 경기 추이는 27→18→24→17→23→10경기로 감소세가 지속됐다. 경기수가 훨씬 적었던 2013년 이전에는 모든 시즌서 20번 이상의 완투가 나왔다.
프로야구 초창기인 1983년 장명부의 36완투, 1987년 이상군의 24완투는 만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기록이다. KIA 조계현 단장도 1994년 14번의 완투를 했고,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은 1997년 10차례 완투하는 괴력을 뽐냈다. 두 단장은 이를 무용담처럼 이야기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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